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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일반
  • 기자명 유회중 기자

[ITC 판결분석]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배터리 소송전'...여론은?

  • 입력 2021.03.08 08:00
  • 수정 2021.03.16 20:52
  • 댓글 0

ITC, SK 22개 기밀침해 사항 짚으며 “SK 증거인멸 심각”
ITC "SK, LG기술 탈취 없이 10년내 배터리 개발 어려워"
ITC “부정 알고 계약한 포드도 문제"

"우리는 LG 주장에 동의한다. SK는 LG의 영업비밀이 없었다면, 10년 이내에 해당 기술을 개발할 수 없었을 것이다."

ITC 판결문 서문 발췌

ITC(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5일 SK이노베이션(SKI)과 LG에너지니솔루션(LG)간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한 소송에 대한 판결문 종합본을 공개하며, SK가 LG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이번 ITC 판결문 종합본은 지난달 10일 요약본 발표 당시 SK측의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실질적인 판단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한 것이라 SK이노베이션은 더욱 궁지에 몰렸다.

ITC “SK가 LG의 영업비밀 침해했다”

ITC는 판결문 해설서에서 SK이노베이션이 LG의 영업비밀 22개(11개 범위 내 22개)를 탈취했다는 사실을 명백히 밝혔다.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인정된 11개 분야는 전체 공정, BOM(원자재부품명세서) 정보, 음극•양극 믹싱 및 레시피, 드림 코스트(특정 자동차 플랫폼 관련 가격, 기술을 포함한 영업비밀 자료) 등이다.

ITC 판결문 발췌

ITC는 "LG는 LG의 원가•조달•가격 책정에 관해, SK가 LG의 영업비밀을 이용해 이득을 취했다는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했다"며 "조기 패소 판결보다 더 낮은 수준의 법적 제재는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히 SK가 2018년 폭스바겐 배터리 물량을 수주하면서 LG의 가격 정보 등 영업비밀을 토대로 최저가 입찰에 성공했다고 판단했다

또 지난 2년에 걸친 ITC 소송 과정에서 조기 패소 판결을 부른 SK 측의 '증거 인멸'에 대해선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ITC는 “인멸된 증거와 LG화학이 입은 피해 간 연관성이 없다”는 SK이노베이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증거가 인멸됐기 때문에 판례에 따라 LG에 입증 책임이 없을 뿐 아니라, 복원된 문서만으로도 연관성이 충분히 입증된다고 봤다.

출처=ITC(미국 국제무역위원회)

핵심 근거 중 하나는 폴크스바겐 수주 건이다.

지난 2018년 11월 SK이노베이션은 LG를 제치고 폴크스바겐 엠이비(MEB) 배터리 프로젝트 수주를 따냈다. 하지만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수주 경쟁을 앞둔 2018년 8월 SK이노베이션 내부에서 오간 메일에 “경쟁사 비오엠(BOM) 견적 관련 긴급 요청” “예전 경쟁사 정보로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비오엠의 상세 내용을 참고해달라. 지난해 하반기 버전인 것으로 보인다”는 등의 문구가 담겨 있다. 원자재와 부품을 전부 목록화한 비오엠을 보면 자재별로 공급 업체가 명시돼 있어 원가 구조를 추론해낼 수 있다. ITC도 “(SK이노베이션이)빼돌린 비오엠 등 영업비밀로 LG의 원가 구조를 파악해 당사보다 더 낮은 가격을 써낼 수 있었다”는 LG측 주장을 인정했다.

ITC “SK는 LG의 영업비밀 침해 없이 독자적으로 제품 개발할 경우 10년 걸릴 것”

ITC는 SK이노베이션이 이러한 영업비밀 침해 없이 독자적으로 제품을 개발할 경우 10년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미국 수입금지 조치 기간을 10년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ITC는 "SK가 LG의 22개 영업비밀을 침해해 다른 경쟁사들보다 10년을 앞서 유리하게 출발했다"며 "이에 따라 위원회는 수입금지 명령 기간이 효력 발생일로부터 10년이 돼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ITC “포드,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알고도 SK와 사업관계 구축은 잘못”

ITC는 영업비밀 사실에도 불구하고 SK와 사업 관계를 구축하기로 한 포드 등 완성차 업체에 대한 잘못도 지적하며, 포드에 4년, 폭스바겐에 2년의 수입금지 유예기간을 내린 것은 다른 배터리 공급업체로 바꿀 시간적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ITC는 SK가 미국 내 배터리 판매에 있어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수입금지명령 및 영업비밀침해 중지 명령이 합당한 구제책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ITC 판결에 대한 업계 반응과 향후 전망

업계는 이번 ITC의 판결로 SK측의 영업비밀 침해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다는 평이다. 또 SK측이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ITC는 "잘못은 SK뿐 아니라 포드처럼 SK의 영업비밀 침해에도 불구하고, 장래의 사업 관계를 계속해서 구축하기로 선택한 이들에게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 자동차 업체에도 책임이 있음을 강조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것이란 의견이 제기됐다.

SK이노베인션은 LG와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ITC 판결을 뒤집지 못할 경우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 배터리 부품에 대해 수입금지조치가 내려지면 2022년부터 폴크스바겐에 공급하기로 한 미국산 배터리 생산이 아예 불가능해진다. 2023년부터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한 포드와의 거래도 문제가 된다.

궁지에 몰린 SK이노베이션에 비해 LG의 협상 카드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SK와 LG 두 회사는 ITC에서 특허 침해 소송 2건을, 델라웨어주법원에서 손해배상 소송 3건을 별도로 진행 중이다. 미국 연방지방법원은 영업비밀 침해 건의 경우 대체로 ITC 결정을 인용하는 경향이 크다.

ITC 판결에 대한 LG와 SK의 반응과 여론

LG에너지솔루션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ITC 판결문에 대해 "ITC가 SK가 고위층 지시로 과도한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점과 LG의 지난 10년간 배터리 연구개발(R&D) 비용인 5조3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탈취한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LG의 영업비밀은 SK에 전혀 필요 없는 것이었다.”며 “"LG와 SK는 배터리 개발, 제조 방식이 다르며, 40여 년 독자개발을 바탕으로 이미 2011년 글로벌 자동차 회사와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 했다.

현재 양사는 협상과 관련해 여전히 진척이 없는 상태로 알려져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생을 강조하며 “합의금은 SK에 부담이 가지 않는 방법으로 협의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SK이노베이션이 여론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벼랑 끝 전술로 협상 타결에 나서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장기간 소송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국소비자권익연대는 “지적재산권 침해라는 범죄 행위를 하고도 반성하지 않고 국내 배터리 업체간 소송전이 국익에 도움이 안되고 경쟁사인 중국, 일본에 기회를 준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라며 “ITC 판결이 명확히 나온 만큼, SK는 불필요한 여론전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에 기대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주는 행위는 중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벼랑 끝 전술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금이라도 LG와 합의하여 불필요한 천문학적 소송비를 아끼고 LG와 상생하여 국익을 위해 나서주기를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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