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칼럼/기고
  • 기자명 이인권 객원논설위원

[이인권의 뷰포인트] “한국기업 글로벌 경쟁력 위해 '글로비시 역량' 키워야”

  • 입력 2021.03.10 14:33
  • 댓글 0
◇ 유럽의 저명 지휘자와 교류하는 이인권 객원논설위원

한국이 오늘날 경제대국의 반열에 든 것은 6.25전쟁 후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 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중국 손자병법의 7계인 ‘무중생유’(無中生有)의 표본이었다.

언뜻 생각하면 전후 척박한 환경에서 산업기반을 구축한다는 것이 어렵게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절박한 여건에서는 역설적으로 모든 것이 기회로 이어질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오직 도전과 개척 정신으로 근면과 열정, 결속이 있으면 무엇인가를 이루어낼 수 있었다. 현 시대처럼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그렇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세계적인 대공황을 겪은 다음에는 산업부흥이 뒤따라 경제가 급성장하게 됐다.

지금 한국은 지난 3~40년 동안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며 고도 압축성장을 이뤄왔지만 지금은 그 한계점에 다다라 있다. 여기에 한국은 세계 최저 출산율과 초고속 노령화사회 진입으로 내수시장의 성장 둔화 등 경제 환경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런 여건을 극복하기 위한 한국의 선택지는 글로벌 무대로의 진출이다. 한국은 부존자원의 부족으로 제품의 원자재를 대부분 해외에 의존해야 한다. 또 가공생산품을 세계시장에 수출해야만 한다.

그래서 지속적인 미래 경제성장의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글로벌시장을 개척하고 선점해야하는 과제가 있다. 기업들이 세계무대로 나가 긴밀한 협력과 협업의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결국 한국의 미래는 얼마나 세계시장에서 주도력을 갖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 네트워킹을 통한 협업이나 제휴가 중심이 되고 있는 신경제 시대에 글로벌 경쟁은 갈수록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세계시장을 공략할 전술과 전략이 기업의 핵심역량이 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은 전 지구적으로 통용되는 표준화된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곧 글로벌적 소통과 문화적 동화(同和) 역량 체득을 필요로 하는 국경 없는 공간이다. 그러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되는 영어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영어는 곧 다양한 모국어를 구사하는 글로벌 플레이어들을 이어주는 세계 공통어이다. 그래서 요즘은 영어를 글로벌 잉글리시가 축약된 ‘글로비시’(Globish)로 부르고 있다. 글로벌 경쟁을 의식해 한국의 대기업들이 영어공용화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거창한 목표에 비해 소기의 성과를 내는 데에는 미흡했다. 이것은 글로벌 사회에 대한 적응력과 융화력의 타성적인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직도 역사적으로 폐쇄적이고 국수주의적이었던 민족정서로 글로벌리즘에 대한 정신 기제가 작용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비해 우리 보다 영어역량 평가에서 뒤지고 있는 일본인데도 기업의 영어공용화 측면에서는 한국을 앞서 나가고 있다. 일찍이 국제화 · 개방화 과정을 다진 일본에서 영어공용화에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기업은 최대 전자상거래기업인 라쿠텐이다.

라쿠텐은 2010년 영어를 사내 공식언어로 결정했다. 2년 동안의 준비과정을 거쳐 2012년 7월부터 본격 기업의 소통언어로 영어를 쓰기 시작한 라쿠텐은 연이어 70%대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세계로 뻗어 나갔다.

그 결과 현재 라쿠텐은 전 세계 27개국에 1억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또한 역동적인 글로벌 사이트 운영을 통해 세계 210개 국가에서 일본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이를 모델로 해서 시세이도, 혼다, 유니클로, 다케다제약 등 여러 일본기업들이 영어공용화를 시행하고 있다. 한편 핀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이에 앞서 1970년대부터 영어공용화를 선도해 글로벌 시장에서 강소국 위상을 확보했다.

초 경쟁 글로벌시대에 영어공용화가 필요한 것은 영어가 글로비시로서 세계 인구 40억 명이 직간접으로 사용하는 소통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식정보가 핵심이 되는 시대에 전 세계에 등록된 19억 3,000만개 웹사이트에 저장된 콘텐츠의 80%가 영어로 되어 있다. 여기에 모든 국제거래와 협상의 90%가 영어로 이뤄지고 있다.

결국 영어공용화는 창의적 발상과 의식을 글로벌화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지름길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유대인들은 바로 언어능력에서 나왔다. 비즈니스를 위시해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유대인들은 영어를 포함해 2~3개 언어를 구사하는 멀티링구얼(multilingual)이다.

언어철학자 루드비히 비트겐스타인은 ‘자신이 쓰고 있는 언어가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의 한계’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인터넷자료에서 한국어로 되어 있는 지식 정보는 1.3% 정도다. 이에 비해 영어로 된 콘텐츠는 무려 80% 가까이 된다는 통계가 있다. 그렇다면 날로 첨예화되고 있는 세계무대에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글로비시가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국기업들도 글로비시 역량의 극대화로 변화와 확장에 적극 나서야 한다.

<편집자 주> 이인권 객원논설위원은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와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저술로는 <예술경영리더십> <문화예술리더론> <긍정으로 성공하라> <석세스 페러다임> <영어로 만드는 메이저리그 인생> 등이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