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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기고
  • 기자명 허영훈 기자

[기자수첩] "있는 집, 없는 집?"

  • 입력 2021.03.10 22:55
  • 댓글 0

표현의 자유는 올바른 표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언론도 잊지 말아야

2020년 초중고사교육비조사결과 중 일부(사진=교육부 홈페이지 자료)

(퍼블릭뉴스=허영훈 기자)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가구의 지난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액 격차와 관련한 최근 뉴스 보도에서 일부 언론은 고소득층을 '있는 집'으로, 저소득층을 '없는 집'으로 표현했다.

한 문장 안에서 '소득'이라는 구체적 제시어 없이 단순히 '있는 집'과 '없는 집'으로 표현한 것에 문제는 없는 것일까?

우선 '있는 집', '없는 집'이 각각 '고소득층', '저소득층'과 동일한 표현인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가능해보이며, 마치 돈이 있는 집은 사교육비 지출이 가능하고, 돈이 없는 집은 사교육비 지출이 어렵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를 반대로 표현하면 그 문제점이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사교육비 지출이 가능하면 있는 집이고, 사교육비 지출이 어려우면 없는 집이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출을 줄이면서까지 사교육비 지출을 유지하는 가정은 있는 집인가? 반대로 넉넉한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는 가정은 없는 집인가?

해당 언론사가 뉴스 화면에 올린 표현을 앞뒤 문맥과 상관 없이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있는 집은 가능', '없는 집은 불가능'이라는 2분법적 해석의 늪에 빠지게 된다. 이는 분명한 표현의 오류다.

정부정책 수립과 관련해 소득의 높고 낮음을 구분하는 기준을 정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그 표현의 기준을 고려함 없이 '눈높이'라는 이유로 나름대로 해석한 표현을 그대로 뉴스로 내보내는 것은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만들어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러한 오해는 가정의 소득과 관계 없이 충분한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더 큰 사회적 박탈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올바른 표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언론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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