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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기고
  • 기자명 이인권 객원논설위원

[이인권의 뷰포인트] 지나친 물질만능 세태..‘정신가치’가 절실하다

  • 입력 2021.03.14 16:47
  • 수정 2021.03.26 08:35
  • 댓글 0
이인권 객원논설위원 · 문화커뮤니케이터

그리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리스는 자신이 저술한 ‘니코마코스 윤리학’이라는 책에서 최초로 행복이라는 것을 정의했다. 그도 행복은 ‘인간이 삶에서 추구하는 것 가운데 좋은 것, 즉 최고의 선’이라고 했다.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수 천 년 전이나 최첨단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이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똑같다. 그럼 행복이란 무엇일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살아가면서 자신의 분량에 맞게 주어진 일을 훌륭하게 잘 수행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행복은 삶의 전 과정에서 덕을 성취하는 바탕이 갖추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곧 인간에게만 주어지는 고유한 기능인 정신적 덕이 있는 활동이 참된 행복이라고 규정했다. 행복에 이르는 그 덕은 바로 이치로 당연한 일을, 올바른 동기로, 마땅한 태도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어떨까? 정신적인 가치보다도 물질적인 소유가 마치 행복인 것처럼 되어 있다. 온 나라가 권력, 재력, 명예라는 외부적 · 물질적 욕구로 넘쳐나 진정한 행복을 향유하지 못한 채 정신적 빈한감에 젖어있다.

분명 행복은 인간이 전 생애를 통해 다다르고 싶은 최고의 지향점이다. 그렇지만 또 쉽게 이르지 못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것은 행복은 절대적인 기준이 없기에 주관적 판단과 감정으로 정해지는 것인데 스스로 느낌을 갖지 못하는 데 있다.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의 23.7%가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는 매우 행복하다’라는 항목은 겨우 7%였다. 그것은 아마 사람들이 끝없는 욕구나 욕망에 매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냥 물질적 가치관과 출세주의적 관점에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준의 행복지수가 하위에 맴돌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성경에 나오는 말씀이다.

“은을 사랑하는 자는 은으로 만족함이 없고, 풍부를 사랑하는 자는 소득으로 만족함이 없나니 이것도 헛되도다.”

그렇다면 물질이 꼭 행복의 조건은 아닐 것이다. 소유욕에 사로잡히게 되면 이 세상에서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부의 축적은 더 큰 것을 원하거나 가지고 있는 것을 잃을까 불안해지는 속성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행복은 내게 아주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것에 숨겨져 있다. 어찌 보면 그것을 발견해 내는 것이 올바른 행복의 지름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세 잎 클로버의 행복이 주위에 널려 있는데도 1만 개중의 하나가 나온다는 네 잎 클로버의 행운을 좇아 나선다. 대부분 가까이에서 찾을 수있는 행복을 놓쳐버리면서다.

행복이라는 말은 19세기에 일본의 학자들이 서구의 개념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신조어였다. 원래 영어의 ‘happiness' 혹은 불어의 ’bonheur' 같은 단어는 어원상 ‘(신이 허락한) 좋은 시간’으로 기독교적인 개념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동아시아의 사고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일본의 번역자들은 물질적 풍요와 관련이 있는 두 글자인 ‘행’(幸)과 ‘복’(福)을 붙여서 단어를 만들었다. 그래서 당초 서구 개념에서의 행복이나 우리의 행복의 의미는 문화적인 차이가 있다. 근본적으로 우리의 행복 개념이 외형적이고 물질주의적인 경향을 띠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행복이 물질적인 부를 얻거나 쾌락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목적을 행복에 둔다면 그것은 고대 성현들이 설파한대로 정신적으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면서 따라오는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물질적인 욕구는 만족이라는 한계점이 없지만 정신적인 가치는 지속적인 충만감을 준다. 참된 행복이란 안정된 긍정심리를 갖게 하는 만족, 기쁨, 즐거움, 신남, 재미, 보람, 평온, 의욕, 희망과 같은 좋은 감정을 생성시키게 된다.

그렇다면 요즘 세태처럼 물신주의에 빠져서 쉼 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아까운 시간을 놓치는 것은 참다운 행복을 잃는 것이다. 오늘 하루라는 ‘현재‘는 내게 주어진 선물과 같다. 공교롭게도 현재와 선물이라는 말은 다 같이 영어로 ’present'다. 나중보다 지금 손에 쥐는 행복 경험은 뇌에 성공 시냅스를 만들어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게 된다.

이제 진정으로 내게 주어진 삶의 순간순간을 누리도록 해본다. 지금 이 시점부터 낱낱의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맘껏 행복을 노래한다. 자신 말고 행여 다른 어떤 것이 언젠가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막연히 기다리지 않는다. 지족지부(知足知富), 곧 족한 줄을 알고 현재에 만족하는 것이 부유함이며, 이것이 바로 행복이라 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부디 삶을 이어가면서 맞이하는 지금의 시간이 행복을 거둬들일 수 있는 가장 값진 기회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자극적인 생활의 행운이 아닌 잔잔한 마음의 행복을 씨줄날줄로 촘촘히 엮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매 순간을 즐기며 음미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정신가치이며 행복이라는 것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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