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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도형칼럼
  • 기자명 국도형 논설위원

[국도형 칼럼] 시대적 강자이면서 약자인 '인플루언서'의 탄생, 올바른 디지털 문화 발전을 위한 시장 타협점은 무엇인가

  • 입력 2021.03.19 16:18
  • 수정 2021.05.2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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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규제보단 자발적 ISR(Influencer Social Responsibility) 문화 만들어져야

국도형 논설위원

'인플루언서' SNS 등에서 대중에게 높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들을 뜻하는 말이다.
누가 언제부터 도입하여 쓰기 시작한 용어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블로그, SNS, 유튜브 같은 1인 미디어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중
일정 숫자 이상의 팔로워나 구독자 수를 보유한 사람들을 칭하는 뜻으로 통용된다.
그 역사가 짧은 만큼이나 정확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인플루언서인지를 가늠하는 표준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허나, 2021년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들 '인플루언서'들의 존재는 그야말로 강력하다. 과거 우리 사회에 영향력을 주는 인물들을 일컬어 주로 '오피니언'이라 표현했는데
이들은 주로 신문이나 잡지 등의 언론 등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왔기에
실질적으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데 있어 각 매체사 등의 입김에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현대의 '오피니언' 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 인플루언서들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각각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 채널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기에 각 플랫폼 회사들이 만들어 놓은 정책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면 사실상 어떠한 필터 과정 없이 자신의 생각이나 의사표현에 있어 자유도 100%에 가까운 공적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그것이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생겨난다. 갑자기 탄생된 이들 '인플루언서'들이 가진 엄청난 영향력에 비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정보 필터 시스템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즉, 대중들에게 어떤 내용을 전달함에 있어 의사구조 자체가 인플루언서 개인의 신념이나 결정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는 상황이기에 개인의 양심이나 소신, 가치관, 윤리의식에 모든 것을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그간 사회적 규범처럼 여겨졌던 도덕이나 윤리의식이 개개인의 판단에 따라 결여되거나 결정되기도 하고 여론을 조작하여 교묘히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등의 부정행위를 통해 법망은 피해 가면서 편법으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 시키는 등의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뒷광고' 논란을 예로 들 수 있는데,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이라는 말을 유행시켰을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스타일리스트가 몰래 뒷 돈을 받고 마치 자신이 정말 좋아서 쓰고 있는 제품으로 둔갑시켜 방송을 찍는다든지 자기계발을 주제로 하고 있는 유명 작가가 정말 자기가 감명 깊게 읽은 책이라며 책을 추천하여 소비자들을 기망하는 행위등은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결국 이런 사건들은 인플루언서 전체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 하락을 야기시켰고
이들에 대한 대중들의 도덕적 잣대는 점차 매우 엄중해졌다. 당연하게도 인플루언서와 관련된 어떤 부정적 이슈가 발생됐을 경우 오히려 엔터 시장의 주축인 연예인들보다도
더 큰 비난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악플 문제의 경우 방송 연예인들보다 인플루언서들이 감내해야 하는 피해가 훨씬 더 심각한데 연예인들의 경우 국내 포털사이트나 뉴스 사이트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악플을 접했던 반면에 인플루언서들은 개인 채널 플랫폼을 통해 개개인이 직접적으로 악플을 접하게 된다. 대부분 아티스트로서 역할 빈도가 높은 연예인들에 비해 아티스트이자 '채널 관리자'로서의 역할까지 감당해야 하는 인플루언서들의 입장에서 이는 매우 치명적이라 볼 수 있다.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겠다. 국내 사이트의 경우 악플 등에 대해 '명예훼손죄' 신고가 접수 될 경우 각 회사들이 수사기관에 협조를 해야 할 의무가 적용되어 피고소인에 대한 처벌까지 이어지는 것이 용이한 편이다. 하지만 주로 인플루언서들의 활동 무대인 외국회사들의 경우 국내법에 따른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에 응해야 하는 의무가 없기에 신고를 한다 하더라도 대부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누가 악플을 단 것인지조차 조사가 어려워 사실상 처벌이 이뤄지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드물다.

물론, 이와는 별개로 각 플랫폼마다 댓글을 자체적으로 삭제하는 등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만 언급했던 것처럼 대부분의 인플루언서들은 채널 관리자의 역할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댓글을 삭제하는 행위만으로도 또 다른 악플이 달리는 악순환 구조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두고 일부에선 자업자득이라고 표현하지만, 일부의 몰지각한 사람들의 일탈로 인해 인플루언서 전체가 특정한 선입견 속에 놓이게 된다면 집단적 '일반화의 오류'로 인해 수많은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해 내게 되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실례로, 뒷광고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던 100만 유튜버 A 씨의 경우 선행 및 기부 콘텐츠 등을 통해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세와 인지도를 확보했지만 이면에선 단지 인플루언서라는 이유로 무분별한 악플과 괴롭힘 등에 시달리다 못해 수년간 공황장애를 겪던 중 최근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개개인의 인권침해적 요소를 배제하더라도 거시적인 시각에서 인플루언서 시장이
최소한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해야 할 이유는 수없이 많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2016년 불과 25억 달러 규모였던 인플루언서 시장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0억 달러 규모를 상회하는 거대 마케팅 시장으로 변모했다. 매 년마다 시장의 성장세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향후에도 그 역할은 더욱 증대될 전망이다. K 브랜드를 중심으로 국제사회에서 몸값을 높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PSY, 방탄소년단 등 한류문화가 유튜브를 중심으로 대중들에게 퍼져나갔음을 인식한다면 '문화강국'을 표방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유튜브, SNS 등을 중심으로 커나가는 인플루언서들의 존재가 향후 국가 경쟁력 향상에도 충분히 기여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지금은 활동을 중단한 상태이지만 380만 구독자를 보유한 영국남자 조쉬의 경우 한국 음식을 외국인들에게 소개하는 콘텐츠를 통해 많이 알려져있지 않았던 한식문화를 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했고 17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제이플라는 다양한 커버 곡을 완벽하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해내며 다시 한번 대중문화 강국으로써의 대한민국과 한국인들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직업 및 고용 창출과 관련된 측면에서도 인플루언서 시장의 비전은 작지 않다.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가 지난 것 같지만 현재의 인플루언서 시장은 대표적인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장'이다. MCN이나 전문 매니지먼트 회사들이 달려들어 시스템화된 부분도 있지만
아직까지도 개성과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일반인들이 스타로 발돋움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곳이다. 새로운 문화 형성을 통해 자본주의 속 기회의 균등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인데 이는 정치적 이슈, 전염병, 기술의 발달, 수명의 연장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점치 인간이 직업 활동을 할 수 있는 무대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청년실업, 시니어 재취업, 부업에서 재테크 활동까지 다양한 경제활동 무대로써 인플루언서 시장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대목이다.

물론, 위에 언급한 것처럼 현시점에서 태동기에 놓여있는 인플루언서 시장은 명과 암이 매우 뚜렷한 시장이다. 통상적으로 문명사회에서는 명과 암중 암을 다스리기 위해 '법'이라는 시스템을 만들어 질서를 유지한다. 하지만 인플루언서들의 행위들을 일일이 규제하기엔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상의 국민 권리와 필연적으로 부딪히게 되어있다.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짧은 역사만큼이나 혜성같이 등장한 이들 '인플루언서' 문화는 한편으로 이런 표현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사회적 질서유지와 헌법적 권리 수호, 이 두 가지 가치가 정면으로 부딪히는 아주 난해한 상황이기에 그 어떤 내용도 법으로 보호하거나 규제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들 인플루언서의 사회 지위적 판단은 극단적 양면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개인의 의견을 대중 사이에서 공론화 시킬 수 있는 강력한 존재이면서 디지털 인권과 관련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약자로서의 측면이 바로 그것이다. 법으로 질서를 만들어내기 어려운 존재이면서 한편으로 그들 입장에서 완벽하게 법적인 보호를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잘 쓰면 약, 잘 못쓰면 독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현재의 인플루언서 시장은 어떤 방향성을 두고 성장하느냐에 따라 사회에 미치는 영향 또한 양극단으로 치달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수용하는 대중들은 이들의 방향성에 따라 조금 더 날을 날카롭게 세울지, 아니면 보다 부드러운 방식으로 이들과 함께할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현 상황에서는 직접적인 가치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법적 규제를 중심으로 가는 것보다 인플루언서들 각자가 스스로 경각심을 느끼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어 올바른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해보인다. 이런 면에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회공헌) 방식의 도입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때이다. 모든 권리는 의무를 수반하는 것처럼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영향력을 직시하고 대중들로부터 받은 사랑으로 성장한 만큼 이를 건전하게 사회에 환원하려고 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상적인 얘기인 것 같지만 인플루언서들 스스로가 모여 방향성과 이에 따른 표준을 제시하고, 나름의 업계 규율을 만들어 법이 아닌 그간 벌어진 일들을 자성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야 한다. 환원한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손해본다고 느껴질 수 있으나 대중의 사랑으로 성장하는 직업인 만큼 대중들에게 받은 사랑을 되돌리려 하는 노력은 사랑받을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의무라는 성숙한 인식이 자리 잡길 바란다.

인플루언서 업계에서 이런 움직임이나 노력들을 보일 때, 우리 대중들 또한 그들에게 제대로 된 박수를 보내야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 했다. 그들이 행하는 작은 사회적 기여라 하더라도 적극 칭찬하고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비판은 따라야겠지만 사회 공헌에 앞장서는 인플루언서들을 향한 원색적 악플이나 일방적 비난에 대해 때로는, 우리 대중들 스스로가 방패막이가 되어줘야 한다. 그때야 비로소 규제나 강압이 아닌 선순환 구조의 자발적 문화 형성이 이루어 질 것이다.

어느때보다 ISR(Influencer Social Responsibility) 정신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미디어 권력을 이용하여 오로지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울 수도 있고 곤경에 빠진 어려운 이웃을 돕거나 사회질서를 바로잡고, 나아가 생명을 살리는 위대한 일까지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선택은 그들의 몫이지만, 확실한 것은 성숙한 대한민국의 시민의식은
그들이 행하는 선행에 대해 분명 아낌 없는 지지와 박수를 보내 줄 것이라는 것이다. 영향력 있는 사회 구성원들로서 자신들의 입장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 하는 모습을 보일 때 그들이 겪고 있는 대중에 대한 공포는 점차 사라질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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