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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기고
  • 기자명 허영훈 기자

[논평] "역사드라마, 흥미보다 사실이 먼저여야 한다"

  • 입력 2021.03.26 13:30
  • 수정 2021.03.26 21:39
  • 댓글 0

역사 검증은 뒷전, 흥미 위주 설정의 드라마 제작에 경종 울린 SBS '조선구마사' 방송 취소 사태

'역사왜곡'의 심각성(그림=허영훈 기자)

역사왜곡 논란으로 비난을 받아 온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방송 나흘만에 전격 취소됐다. 당연한 조치다.

지난 22일 첫 방송된 SBS 월화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1회 방송 직후 태종 등 실존인물의 왜곡된 묘사와 각종 중국풍 설정으로 역사왜곡 의혹에 휩싸이면서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원 제기, 광고기업의 항의 등 시청자들의 집단 움직임이 이어졌고 광고주들은 줄줄이 광고 중단을 선언했다.

26일 SBS는 이에 대해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여 '조선구마사'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방영권료 대부분을 선지급했고 80% 이상 촬영을 마친 상태에서 경제적 손실, 편성 공백 등이 우려되지만 지상파 방송사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선구마사' 측은 방송 전까지 시놉시스상 문제 소지 부분을 모두 삭제하고 수정했다는 땜질식 '초동조치'만으로 방송을 강행했고 결국 이러한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람을 바꾸지 않고 옷만 갈아입혀서 내보낸 형국이다.

시청자들이 더 화가 나는 것은 방송 취소를 결정하면서도 '경제적 손실'과 '편성 공백'을 먼저 우려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한 취소의지'가 아닌 '그래서 취소할 수 없는 강행의지'가 결국 첫 방송을 내보냈다는 점이다. 흥미를 무기로 어떻게 해서든 역사왜곡 사태를 무마시켜보려는 시도였다는 비난이 덧붙여진 이유다.

역사왜곡을 불편해하는 시청자들의 우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달 14일 막을 내린 tvN 20부작 드라마 '철인왕후'는 왕실을 지나치게 희화화하는 대사들과 역사를 왜곡하는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우려를 자아냈지만 시청률만 높으면 된다는 미명 아래 방송을 강행했다. 하지만 이번 조선구마사 사태로 드라마의 역사왜곡이 다시 도마에 오르게 됐다.

철저한 역사검증과 고증 없이 시청률만 바라보며 자극적 흥미와 재미만으로 만들어지는 역사왜곡 드라마를 시청자들은 이제 완강히 거부한다.

방송사와 제작사들은 역사 속 실존 인물을 드라마로 끌어들이려면 그에 합당한 역사인식과 고증작업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며, 그런 능력이 없다면 아예 역사와 관련 없는 가상의 배경과 인물로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역사왜곡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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