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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일반
  • 기자명 차준하 대학생 기자

열풍 몰고온 ‘대학가’ 비대면 소개팅 플랫폼…“코로나에도 좋은 인연 만났어요”

  • 입력 2021.06.25 11:29
  • 수정 2021.06.25 12:49
  • 댓글 0

대학가 스며든 비대면 소개팅 커뮤니티 플랫폼, 코로나 새로운 트렌드 주목

고려대학교 (사진=고려대학교 제공)

《편집자 주 : 아래 기사는 차준하 대학생 기자(고려대 미디어학부 4학년)가 고려대 미디어학부 전공과목인 ‘탐사기획보도’를 수강하면서 직접 취재해 작성한 기사입니다. 퍼블릭뉴스는 언론문화와 대학의 발전을 위해 언학협력을 강화하고, 미래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생들의 기획기사를 게재해 독자들에게 보다 다양하고 신선한 소재의 기사를 제공하겠습니다.》

2021년 6월, 고려대학교 학생 김재호 씨(24)는 여자친구와 사귄 지 두달 째에 접어들었다. 어느덧 4학년이 되어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김 씨는 이번 여자친구를 만나기 전까지는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한 비대면 전환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4월 초, 현재 김 씨와 김 씨의 여자친구는 서로의 이름도 알지도 못한 채 고려대학교 캠퍼스 앞 한 카페에서 처음 만났다.

“소개팅을 했어도, 주선해주는 친구를 서로 알기라도 했지 이렇게 완전히 남남인 상태에서 만난 건 처음이라 막막했죠.” 김 씨는 여자친구를 처음 만난 순간을 떠올리며 말했다. 하지만 김 씨는 이내 용기를 내어 대화를 이어나갔고, 커피를 다 마신 후 벚꽃이 예쁘다고 소문 난 고려대학교 애기능생활관 근처를 산책했다. 그렇데 두 번을 만나고 결국 사귀게 된 김 씨와 김 씨의 여자친구는 고려대학교 커뮤니티 고파스의 비대면 소개팅 플랫폼 ‘열 시 반 정후’를 통해 처음 만나게 되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인해 대학생들의 소통에 대한 열망이 더욱 더 커지는 시기에, 대학교 커뮤니티에서 자체적으로 비대면 소개팅 플랫폼을 도입하여 이를 해소하고 있어 해당 학교 학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가장 화제의 중심에 있는 고려대학교 커뮤니티 ‘고파스’가 런칭한 비대면 소개팅 서비스 ‘열 시 반 정후’의 경우는 고려대학교 재학생, 졸업생이 모두 이용할 수 있으며 현재 남성 약 1만 2000명 여성 약 6000명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고파스의 박종찬 대표 역시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열 시 반 정후!’는 코로나 시국에 학우들 간의 교류가 많이 줄어 아쉽다는 목소리가 커 만우절 이벤트로 오픈한 서비스였는데, 오픈 1주일 만에 누적 가입자가 1만 명을 넘었습니다. 생각보다 폭발적인 반응에 무척 놀랐습니다. 그래서 4월 한 달 동안 다른 서비스보다 열 시 반 정후!를 우선하여 개발,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는 말했다.

‘열 시 반 정후’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반응 역시 긍정적이었다. 김재호 씨는 “기존의 ‘틴더’나 ‘아만다’와 같은 소개팅 앱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한다는 것 때문에 이용하기가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열 시 반 정후’는 같은 학교 사람들을 만나는 거라 다른 소개팅 서비스보다 감정적으로 부담이 덜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열 시 반 정후 서비스 런칭 이후 약 한 달간 고파스의 실시간 트렌드 키워드 1위는 ‘열 시 반 정후’가 차지했다.

졸업생들도 ‘열 시 반 정후’를 이용해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고려대학교 졸업생 최소정 씨(25)는 지난해 회사에 취직했다. 회사에 취직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최 씨는 업무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종종 외로움을 느꼈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까지 하게 되니, 정말 사람 만날 일이 없더라고요.” 최 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러다 4월 중순, 우연히 ‘열 시 반 정후’라는 서비스가 시작된 걸 알게 되었고 이용해 보았습니다.”

최 씨와 매치된 현재 최 씨의 남자친구도 졸업생이었다. “처음엔 너무 어리신 분들만 이용하는 게 아닐까 걱정되었는데 다행이었어요.” 최 씨는 평소 야근이 잦았지만, 매칭된 상대와 만나기로 한 날은 업무를 제시간에 끝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약속 장소로 갈 늦지 않기 위해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며 택시를 탈 정도였다. 그렇게 을지로 근처 술집에서 만난 최 씨와 최 씨의 남자친구는 놀랍게도 비슷한 업종에서 일하고 있었다. “같은 학교 졸업생이기도 하고, 업무도 비슷해서 금방 마음이 갔어요. 서로 열 시 반 정후가 아니었다면 만날 기회가 전혀 없었을 텐데 정말 다행이에요.” 호감을 느끼게 된 그들은 다음 날 출근을 위해 서로 전화번호를 주고받고 헤어졌다. 현재 그들은 사귄 지 한 달이 좀 넘은 연인이 되었다.

모든 학생들의 만남이 다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다. 고려대학교 재학생 박세휘 씨(26)는 열 시 반 정후를 통해 지인과 매칭이 돼 곤혹스러운 경험이 있었다. “그 때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어요.” 박 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말했다. 박 씨는 올해 4월, 떨리는 마음으로 열 시 반 정후를 통해 매치된 사람을 만나러 안암역 3번 출구로 향했다. 오후 11시가 넘은 시각, 약속 상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박 씨는 초조한 마음에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중 누군가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드는 순간 얼굴이 달아올랐다. “같이 동아리를 했던 동생이랑 매치 됐었더라고요. 서로 사진을 교환하지 않아서 몰랐었어요.” 박 씨와 그의 지인은 멋쩍게 웃으며 다음에 밥이나 먹자는 약속을 했다. 그들은 그 때 이후로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고파스의 ‘열시 반 정후’ 이외에도 다양한 대학교 커뮤니티에서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한 사례가 있었다. 재학생, 졸업생 모두 이용이 가능한 서울대학교의 ‘결정샤’,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창업동아리가 만든 ‘연고링’이 대표적이다. 서울대학교 ‘결정샤’를 이용하는 졸업생 27세 남성 이모 씨(가명)는 해당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결정샤’를 이용해 세 번 연애를 해보았는데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동문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사실 학번이 올라갈수록 새로운 인맥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이 씨는 특히 결정샤의 필터링 시스템에 만족했다. 결정샤는 키, 종교, 연령대와 같은 세부적인 요소들을 골라, 매칭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하지만 박혜정 씨(26)는 여전히 소개팅 플랫폼에 대한 불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같은 학교 내에서라도, 신원이 불분명한 사람을 만난다는 게 거부감이 느껴져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를 이용하는 행태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존재했다. “사회에서 그럴듯한 관계를 찾지 못했으니 소개팅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 같다고 다들 생각하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고파스 운영진들은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우려를 보완하는 서비스를 꾸준히 도입하고 있었다. 박 대표는 소개팅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 자체가 아직 개선되지 않은 상태이기에 서로의 신상을 보호할 수 있도록 프로필 사진에 유포를 방지하는 워터마크를 도입했다. 또한, 매칭하고 싶지 않은 과를 두 개까지 설정할 수 있어 지인들과 매치를 피할 수 있는 수단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아직 다들 조심스러워하는 단계라 많이들 신상 유출이나 보안에 신경을 썼습니다.”

‘열 시 반 정후’는 순항 중이다. 6월 10일 기준 약 2500개 정도의 대화방이 열려있다. “저희는 최대한 부작용 없이 코로나 시대에도 대학 생활 동안 같이 있으면 즐거운 친구도 사귀고, 사랑하는 연인도 만날 수 있는 보편적인 플랫폼으로 만들어나갈 예정입니다. 열 시 반 정후는 단발성의 이벤트가 아닌, 모든 학우분의 일상으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사실 어떤 걸 계기로 만났냐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특히 요즘 시국에는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만날 수도 없고요. ” 김재호 씨는 특히 새내기의 일상을 즐기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열 시 반 정후를 추천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예전에야 소개팅 어플리케이션 자체가 좀 불순한 의도로 사용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는데, 요새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다들 가벼운 마음으로 써보면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거예요. 열 시 반 정후가 없었다면, 전 제 여자 친구를 만날 수도 없었겠죠?”

박세휘 씨는 오늘도 항상 가던 학교 근처의 술집에 들렀다. 술자리에 참석한 이들은 나이대도 다양했고, 여학우 두 명도 그 자리에 참석했다. “열 시 반 정후를 통해 만난 친구들이에요. 처음에 한 친구와 친해졌고, 그 친구가 또 자기 친구를 소개해 줘서 이렇게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는 열 시 반 정후를 통해 만난 학우들과 같이 공부도 하고, 밥도 먹으며 즐겁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시대에 누리지 못했던 일들을 이런 플랫폼을 통해 다시 누릴 수 있어 정말 만족합니다.”

술집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열 시 반 정후의 대화 요청이 도착한 것이다. 그는 대화 요청을 수락 버튼을 누르고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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