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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기고
  • 기자명 김예진 기자

[기자수첩]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ESG 활동은 하겠다'는 롯데제과

  • 입력 2021.07.22 18:04
  • 수정 2021.07.22 18:43
  • 댓글 0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의 합성어로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를 아우르는 뜻)활동이 국내 기업들의 새로운 목표가 된 가운데, 롯데제과도 ESG경영을 선포했다.

시작이 늦은 롯데제과는 타 기업들보다 한 발 더 나갔다. '임직원 업무 평가'에도 ESG 관련 항목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임직원들에 대한 ESG평가는 할 것인데,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1일 롯데제과는 ESG경영을 발표하며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제품 용기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25% 이상 낮추고 임직원과의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기업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등의 방침이다.

여기까지는 기업이 할 수 있는 무난한 계획이다. ESG경영을 발표한 기업들은 대부분 비슷한 방향으로 목표를 잡는다.

한 가지, 롯데제과가 다른 기업들과 다른 점은 임직원에 대한 ESG항목을 업무 평가에 반영한다는 점이다. 임직원들을 상대로 ESG 관련 친환경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원한다는 타 기업과는 조금 다르다.

개인의 ESG 실천 여부에 회사가 개입하게 되면 두 가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모두가 만족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최초로 마련했거나.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ESG 활동 평가 항목은 무엇일까. '출근길 매일 마시는 모닝 커피 한 잔에 대해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나?', '가죽 소재의 가방 대신 에코백 사용에 대한 캠페인을 하나?'

여러가지 궁금증이 생겼고, 더 이상의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기 어려웠다. '실제로 유사한 계획을 갖고 있다면 회사측에서 직원들을 위해 직접 텀블러나 에코백 등을 무료로 지원해줄까?', '그 텀블러를 출근길 나서는 현관 앞에 잊고 나오는 날은?' 등의 질문도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기업이라면 기자의 궁금증과 같은 얕은 생각보다는 훨씬 나은 방안을 마련했을 것이라, 직접 롯데제과에 문의했다.

확인 결과, 롯데제과는 '임직원 업무 평가'에 대해 큰 틀조차 없었다. "아직 잘 모르겠다"는 답변만 받았다.

직원으로서 회사가 설정한 ESG활동에 따르고 성과에 따라 인사 평가에 반영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개인의 ESG 활동을 회사가 평가한다면 개인의 가치관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따라온다.

'해당 업무에 대한 성과를 낸 직원에게 긍정적인 인사 평가를 반영할 방침'이라는 확신있는 답변이라도 나왔다면 좋았겠다. 그랬다면 기자가 생각하는 평가 항목과 기업이 생각하는 항목이 달랐던 것으로 결론 났겠지만, 아쉬운 것은 레이아웃 조차 없이 선뜻 발표부터 했다는 점이다.

롯데제과는 차차 그 부분에 대해 고려하고,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롯데제과와 나눈 기자의 생각이나 의견이 정답은 아니다. 중요한 점은 롯데제과가 2025년까지 ESG 경영 관련 세부 계획을 수립하고 ESG전담팀도 꾸리며 야심차게 내용을 발표한 바와 달리, 알맹이 없는 내용이 함께 나왔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ESG경영을 위한 여러가지 계획은 있었지만,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어떠한 그림도 그리지 않고 발표부터 한 셈이다. '대세에 맞춰 일단 외치고 보자'는 식의 태도가 민망하게 느껴진다.

롯데제과는 이번 발표에 해당 내용을 다룬 만큼 회사는 임직원들을 향해 ESG활동 평가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에는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목표를 세워 이번 아쉬운 부분을 채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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