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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터뷰] ‘교수’보다는 ‘사부’가 어울리는 남자, 고종훈 교수를 만나다





 

 Q. 수능 시험과 공무원 시험 한국사의 차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서울대 필수 시절 수능 한국사와 지금의 공시 한국사는 뭐랄까 좀 다릅니다. 일단 범위는 비슷합니다. 특히 9급과 수능 한국사는 범위가 99% 겹칩니다. 수능 한국사가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 사료 해석 등을 주로 묻습니다. 공시 한국사 중에서 제일 비슷한 스타일은 법원직과 지방 교행직입니다. 그러나 국가고시센터(국가직, 지방직)는 수능 스타일의 문제가 대략 70%, 그러나 30%는 좀 올드한 스타일 가령 말장난이나 단순 지식을 묻는 그런 형태입니다. 경찰직이나 서울시는 국가고시센터보다 더 올드한 스타일이고요.

9급은 수능처럼 고교 교과서 범위를 대략 지키지만 7급은 고교 교과서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를 2~3문제 정도 낸다는 점에서 수능보다 난도가 더 높다고 봐야 합니다. 수능이 학력 측정을 한다면 공시는 누군가를 떨어뜨리기 위한 문제의 성격이 좀 더 강하죠.

 


Q. 평소 두꺼운 수험서를 버려야 빨리 합격할 수 있다라고 강조하시는 편인데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A. 한국사 고득점의 핵심은 완독, 그리고 반복입니다. 대다수의 평범한 공시생들은 두꺼운 수험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거나, 강의를 완강하지 못합니다. 만날 선사, 고대만 붙잡고 있죠. 현실의 공시생들은 노량진에서 1년 넘게 학원을 다녔다는데 근현대사를 공부해본 적 없는 경우가 엄청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두꺼운 수험서, 긴 강의로 공부하기 때문이죠. 기존의 공시 수험서는 7급이라면 모를까 9급에서는 몇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그런 내용을 다 집어넣고 있습니다. 굳이 그런 거 공부하지 않아도 합격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데. 항상 수험생들한테 묻습니다. 단기 합격이 목표인지, 한국사 만점이 목표인지? 대부분의 직렬은 한국사 90점만 맞아도 합격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거든요. 대다수 수험생들은 한국사 만점을 목표로 공부하니까 엄청 방대한 양을 공부하는 겁니다. 한국사는 95점을 목표로 공부하라고 조언해주고 싶습니다.


 




Q. 7급과 9, 국가직과 지방직, 서울시, 국회, 경찰, 소방 시험마다 문제 출제경향과 난이도에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급수와 출제 기관에 따라 난도와 스타일이 전혀 다릅니다. 2015년 이후 7급은 7급답게 아주 어렵게 나옵니다. 9급은 약간 둘쭉날쭉합니다. 출제기관에 따라 스타일은 유지되지만 난이도 조절을 정밀하게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2016년의 경우 국가직 9급은 불시험이었지만 서울시 9급이나 지방직 9, 사회복지, 교행은 아주 평이하게 출제되었거든요. 경찰은 독특한 스타일이 있습니다. 난이도는 일정한데 20162차가 아주 어려웠습니다. 올해 1차 정도로 안정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올해는 9, 7급 공히 불시험 기조가 예상됩니다.

 


Q. 공무원 시험은 지엽적인 내용이 출제되기도 하는데요, 이런 부분들까지 모두 대비하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A. 9급에서는 지엽적인 부분이 별로 나오지 않습니다. 구석에 있더라도 다 고교 교과서 범위에서 나오죠. 너무 요약노트에 의존하지 말고 기본서에서 필요한 부분을 발췌독하는 습관을 길러야 됩니다. 그리고 기출문제 말고 기출변형문제나 모의고사를 많이 풀어봐야 생소한 주제에 대한 적응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7급은 지엽적인 부분을 완벽히 커버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가 7준생에게는 노선을 정하라고 조언합니다. 개념을 컴팩트하게 공부하고 문제를 많이 풀어서 커버할 것인지, 아니면 방대하고 깊게 제대로 팔 것인지 말이죠. 저는 전자가 더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Q. 한국사 학습에 있어서 암기이해의 비율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나요?


A. 당연히 이해 먼저, 암기는 나중이죠. 이 부분에 대해 할 말은 참 많습니다. 현실의 공시생들은 정말 이해 없이 죽자고 일단 외웁니다. 두문자라고 하죠. 머리글자 따서 죽자고 외웁니다. 이게 요즘 공시 문제에 안 맞습니다. 일단 시대 상황에 대한 이해,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먼저고 암기는 자주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외워집니다. 머리글자 따서 외우는 게 실제로 그렇게 유용하지 않습니다. 그게 어느 정도 필요하더라도 일단 이해가 우선입니다. 출제자들이 그렇게 바보가 아닙니다.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 약간의 자료 해석 능력 등을 물어봅니다.

 

Q. 오랜 기간 동안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수험생들이 많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A. 수험생들이 자기의 노력부족이나 머리를 탓하는데 물론 그게 원인일수도 있지만 잘못된 공부 방법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제가 공시 강의를 2012년에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매일 출근하면 하루에 적게는 3~4, 많게는 10여 명씩 전화로 학습 커리큘럼을 짜주고 수험 전략에 대해 상담을 합니다. 지금까지 5년 남짓 동안 저랑 통화한 수험생만 대략 5천명이 넘습니다. 그분들 중에서 학습방법, 커리큘럼, 공부 습관 등을 조금만 교정해주었더니 성적이 올랐다는 사례가 아주 많습니다. 그분들이 합격후기 같은 곳에 저를 많이 언급해 주시고요. 진짜 공시생들 상당수는 어떻게 공부하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영어는 어떻게 공부하는지, 한국사 같은 과목은 어떻게 공부하는지 전혀 모르는 분들 참 많더라고요.

 


Q. 최근 공무원 한국사의 출제경향과 난이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 얼마 전 치러진 순경 1차 시험의 난이도에 대해서도 평가 부탁드립니다.


A. 지난 서울시 사회복지직 시험과 경찰 1차는 꽤 어려웠습니다. 서울시 사복은 서울시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났습니다. 특히 정약용의 토지제도는 로스쿨 논리추론 문제를 그대로 가져다 썼는데요, 이게 왜 답인지를 설명하는데 10분이 걸리는 아주 전형적인 수능스타일의 추론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가 1문제지만 공시에 출제되었다는 것에 저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고등학교 때 세계사나 동아시아사를 공부한 사람이면 쉽게 답을 골랐겠지만 한국사만 공부한 사람이면 답을 찾기 진짜 쉽지 않습니다. 이걸 수업 시간에 설명을 5분 넘게 해줘도 이해를 못하겠다는 수험생이 많습니다. 경찰 1차는 작년 1차와 2차의 중간 정도 난이도였습니다. 남경은 대략 75~80, 여경은 85~90점 정도가 필기 합격에 필요한 점수입니다. 이 정도면 불시험이었습니다.

 


Q. 공무원 시험 강의를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수능강의를 1997년부터 했는데, 물론 지금도 이름은 걸치고 있습니다. 제 강사 경력의 절정은 2005년부터 2010년이었습니다. 30대 중후반 나이에 매년 5~6만 명 정도가 현장강의, 인강으로 제 강의를 들었죠. 주로 한국사가 서울대 필수 과목이라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그 친구들 중에서 공시 특히 7급을 준비하는 분들이 메일이나 전화로 연구실에 공시 강의를 해달라고 요청을 많이 했습니다. 저도 수능에서 1타를 5년 이상 하다 보니 솔직히 긴장 풀어지고, 새로운 목표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제 인생의 마지막 목표라고 생각하고 2011년에 준비해서 20123월부터 공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어디 학원에 가기도 뭐하고 해서 개인 사이트를 만들어서 강의를 올렸습니다. 물론 두꺼운 수험서, 긴 강의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도 있었고요. 노량진 공시 세계는 수험생보다는 공급자인 강사, 학원, 출판사가 만들어 놓은 장수생을 양산하는 구조라고 보았거든요. 지금도 하기 잘했다는 생각합니다. 보람이 남다르거든요. 제 강의를 듣고 합격한 사람들이 감사 인사를 전해올 때, 혹은 저의 사이트에 차곡차곡 쌓이는 합격후기를 읽을 때 엄청 행복합니다. 제가 누군가를 위해 뭔가의 역할을 했다는 것은 정말 뿌듯한 일입니다. 제가 수능을 주력으로 할 때보다 수입, 즉 벌이가 지금은 반의 반도 안 되지만 지금이 더 행복합니다.

 


Q. 제자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사례가 있다면?


A. 아무래도 공시 강의 초기 수험생들이죠. 그때는 죄다 저한테 수업 들었던 친구들이라 흡수력도 좋고, 강사에 대한 절대적 신뢰가 있었으니까. 소위 추종자들 위주로 수업을 했으니까 콘텐츠나 커리큘럼이 지금의 반도 안됐지만 다들 빨리빨리 합격을 하더라고요. 찾아와서 삼겹살에 소주 먹는 그런 친구들이 꽤 많았습니다. 공시 첫 제자가 제대하고 공부 시작 8개월 만에 서울시 9, 국가직 7급을 동시에 붙었습니다. 제 노선이 맞다는 것을 입증해준 초기 제자들이 가장 고맙고 기억에 남습니다.

 


Q. 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어떤 스승으로 남고 싶으신가요?


A. 제가 21년 동안 한국사 강의를 하면서 초심은 딱 하나입니다. 시간이나 돈 버렸다는 이야기는 듣지 말자. 나를 믿고 선택한 수험생들이 돈과 시간을 투자했는데 그게 아깝다는 소리는 듣지 말자. 뭐 이런 소박한 원칙이 있습니다.

저는 강사는 콘텐츠로 이야기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강의, 책 이거 말고 다른 것으로 어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21년 동안 강의하면서 개인 홍보 절대 하지 않는 이유는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그것은 강사의 도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수능이나 공시나 강사나 학원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홍보나 마케팅이 본질을 한참 벗어나 있습니다. 만약 제가 공시 시장에서 좀 더 세력을 쌓는다면 마지막으로 그 부분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홍보나 마케팅이 아니라 콘텐츠로 경쟁하는 시장구조를 만드는데 나름 역할을 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