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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칼럼]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TV조선과 jtbc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일단락됐다. 비상식적인 전개로 시청자들의 뒷목을 뻐근하게 하는 막장 드라마가 228일 만에 시즌1을 끝낸 셈이다


내부 문건유출, 문화계 블랙리스트,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모금과정 개입 등 상상을 초월하는 에피소드의 연속이었던 <청와대 이야기>는 그 엔딩도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사상 초유의 탄핵 결정을 맞고도 청와대는 조용했고, 하루아침에 지도자를 잃은 국민들을 향해 어떤 메시지도 보내지 않았다.


한 매체는 그 침묵의 원인을 확증편향에서 찾았다. 바깥에선 탄핵 찬성을 부르짖는 여론이 압도적인데, 정작 박 전 대통령만은 탄핵이 기각될 것이라 철썩 같이 믿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희망사항과 현실 간 괴리로 인한 충격이 긴 침묵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임기 내내 문제가 됐던 참모들의 보고는 탄핵 국면에서조차 청와대 내부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쓴 소리엔 유독 날카로웠던 대통령의 반응 탓이었다


청와대 참모진들의 진언은 보고가 아니라 차라리 위로에 가까웠다탄핵심판의 전망과 여론의 동향을 정확하게 파악해 전달하기보다는 탄핵 반대 집회인원이 촛불집회 인원을 넘어섰다거나, SNS상에서 탄핵 인용보다 탄핵 기각이 더 많이 검색됐다는 식의 무책임한 낙관론이 사실로 포장돼 대통령에게 전해졌다. 어쩌면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은 자신에게 직언을 올린 전 문체부 장관을 경질했을 때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당면한 상황을 냉철하게 직시하는 자세가 대통령에게만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위기와 기회의 경계를 끊임없이 오가는 우리들에게도 사실은 위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안전띠 역할을 한다


특히, 위기를 항상 등에 업고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수험생에겐 자신의 현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과정이 더욱 필수적일진대 정작 수험가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듯하다


학원에선 모의고사에서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낙담하는 이들이 나올까 두려워 모의고사의 난도를 높이지 않으려 애쓰고 달콤한 성적표를 받아든 이들은 현실에 안주해버린다. 수많은 학원들이 합격생이 아닌, 수험생을 키우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학원 강의를 들어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이 절망적일 순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자. 공무원 시험은 98%가량이 불합격하는 불 시험이다. 그 지옥 속으로 서슴없이 들어간 당신의 제1과제는 그 곳에서 행복하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최대한 빨리 탈출할 수 있는 루트를 찾는 것이다.


참모들이 직언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자기에게 좋은 소리가 아니면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지도자의 말로를 최근 우리는 직접 목격했다.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당신만큼은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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