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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칼럼] 교감

주워 온 고양이와 나누는 교감 큰 위로가 돼
수험생활의 고독 이겨낼 수 있는 교감 필요해

식구가 하나 늘었다. 2개월 전 아파트 주차장에서 낑낑거리고 있었던 새끼 고양이를 아내가 주워왔다. 특유의 도도한 매력에 빠져 평소에 늘 고양이를 키우고 싶던 나는 키울지 말지 고민하는 아내를 설득해 고양이를 키우기로 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고양이는 도도하지 않다. 아직 어려서인지 몰라도 늘 항상 사람 곁에 있으려 한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잠으로 보내면서도 늘 자신의 시야에 사람을 두려고 한다. 가령, 거실에서 자다가도 내가 서재로 가면, 어느새 서재 책상 위에 올라가서 잠을 자고 있다.


가장 귀여운 때는 출근을 위해 내가 머리를 감고 있을 때다. 무슨 이유에선지 몰라도 씻고 있으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화장실에 들어와서 나를 지켜본다. 여느 고양이처럼 물을 싫어하지만, 굳이 자신의 발에 물이 묻어도, 작은 물방울들이 자기에게 튀어도 곁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주차장에서 구해 온 첫 날부터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잘 따랐다. 쓰다듬어주면 몸에서 고양이가 기분 좋을 때 들을 수 있는 골골 소리가 나고, 내가 지나가면 그 앞에 벌러덩 뒤집어 누워서 만져달라고 냥냥거린다.


맞벌이라서 집에 돌아오면 아무도 없을 때가 많은데, 지금은 집에 돌아오면 고양이가 꼬리를 하늘 높이 바짝 세우고 작은 목소리로 냥냥거리며 내게 다가온다. 그 전만 하더라도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기 바빴는데 지금은 옷 갈아입기 전에 고양이부터 안아준다.


굳이 단점이 하나 있다면, 새벽 5~6시마다 어김없이 발가락을 깨물어 사람을 깨우는 점인데, 꿀잠에 빠져 있다가 고양이가 발가락을 깨물면 짜증이 나다가도 고양이를 보면 너무 귀여워서 아이고 귀엽다라고 말하며 쓰다듬어 줄 정도로 짜증스러운 마음은 이내 사라진다.


공시생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외로움일 것이다. 공부는 오롯이 혼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외로움과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일부 공시생의 경우, 독하게 마음을 먹는다는 이유로 친한 친구들과의 연락을 아예 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외로움에 익숙하지 않은 공시생에게 타인과의 접촉 차단은 매우 큰 고통이다.


청춘에게 고통을 강요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을 하면 꼰대 소리 듣기 십상이다. 그러나 공시생들에게는 그 기준이 달라진다. “넌 공부해야 하니까 고통 받아야 해”, “공부하는 놈이 친구 만날 시간이 있나?” 이런 비난에 쉽게 노출되며,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다가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려 마음이 편치 않다.


고양이는 인간의 말은 못 하지만, 나를 보며 냥냥거리며 반갑게 운다. 그 작은 소리와 몸짓에도 하루 동안 쌓인 피로가 사라진다. 고독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공시생들에게도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많은 관심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냥 자신을 아는 체 해주고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작은 관심도 소중하다. 공시생에게는 고난을 견디는 인내도 필요하지만, 고난을 잊을 수 있는 힐링도 필요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누군가와 교감을 하지 않으면 외로움을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다. 지원자의 약 2% 정도만이 합격하는 공무원 시험의 최종합격자들은 공부만 하는 기계처럼 보이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실제로 공무원 시험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국회 8급 공채 시험에 최종합격한 김혜영 씨는 마음이 불안할 때는 부모님이나 절친 등 개인적으로 힘이 되는 사람에게 응원의 한 마디만 부탁하자, 이런 식으로 위로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들도 쉴 때는 쉬고, 친구와 놀 때는 놀았다. 수험생활을 하면서 노는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노는 시간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이 잘못이다.


공시생에게도 작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것은 당신의 가족이 될 수도 있고, 당신의 친구가 될 수도 있고, 강아지나 고양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수험생활을 시작하기 전 공부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주변 지인들과 연락을 끊으려 한다면 자기 자신에게 먼저 질문을 던져 보자.


나는 타인과의 교감 없이도 고독을 오롯이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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