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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군함도와 택시운전사

올 여름 관객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영화를 몇 개 꼽는다면, 단연 <군함도><택시운전사>일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두 영화는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 실제로 있었던 비극적인 역사를 소재로 만들었다는 것, 충무로의 대세로 통하는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했다는 점이다


특히, 식민지 시기 강제징용과 군부독재 시절의 5.18 민주화 항쟁은 여전히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이뤄지지 못한 채 피해자만 남은 가슴 아픈 과거이자, 현실이라는 점에서 무척이나 닮았다. 두 영화가 제작 전부터 관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이유이자, <명량> 이상의 흥행성적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을 모았던 이유였다.


이처럼 믿고 보는 배우믿고 보는 소재로 만들어졌건만, 정작 개봉 이후 두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은 극명히 엇갈린다. <군함도>의 경우 배경만 군함도일 뿐, 오락적인 요소가 다분한 액션영화였던 탓에 리얼리티를 기대했던 관객들로부터 혹평을 면치 못했다. 여기에 상영관의 80% 이상을 <군함도>가 차지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평소 스크린 독과점으로 짜증이 나 있던 관객들의 분노가 폭발해버렸다. <군함도>의 좌석 점유율은 개봉 9일 만에 그렇게 반 토막이 났다.


반면, <택시운전사>의 경우 역사왜곡이라는 치명적인 논란을 비켜가면서 가뿐히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19번째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후반부의 스토리 전개가 부자연스럽다는 일부의 평가도 있지만, 관객들은 대체로 5월 광주의 모습을 외부인의 시선으로 담백하게 그려내면서도 혼란 속에서 질서를 잃지 않았던 광주의 시민의식과 헌신적인 모습 등 당시의 상황을 무난하게 담아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군함도>와 <택시운전사>를 둘러싼 관객들의 평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언가를 소비하는 시대가 우리에게서 한 걸음 더 멀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소비자는 애국심이나 대세라는 단순한 기준만으로 영화를 소비하거나, 평가하지 않는다


빠듯한 주머니 사정은 안중에도 없이 비싸진 관람료를 내고 10여분에 이르는 광고시간을 참아가며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인지, 영화감독의 행태와 가치관, 배우들의 연기, 시나리오의 완성도, 연출 등 제각기 다른 관점에서 영화를 뜯어본다. 관람 전 sns 및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관객이나 평론가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은 기본이다.


어디 영화뿐일까. 라면부터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제품 및 서비스의 만족도와 가성비는 물론이요, 기업의 윤리성까지도 소비의 기준이 되는 세상이 됐다. 라면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농심의 점유율 하락과 오뚜기의 무서운 부상은 시장의 절대강자를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소비자들이 영리해졌음을 알려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기자가 생산하는 기사 역시 똑똑한 소비자들의 예리한 눈길을 피할 수 없다. 잘못된 정보에 일침을 가할 독자들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고, 기자 이상의 전문지식을 갖춘 독자들은 세상에 넘친다. 똑똑해진 소비자만큼 생산자가 겸허해져야 하는 까닭이다. 제품의 질은 뒷전인 채, 가격경쟁과 허위광고에 혈안이 된 교육업계 역시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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