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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급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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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도 모르는 문제, 저보고 맞히라고요?”

공무원 시험문제 변별력 논란 ‘재점화’


공부를 해도 맞힐 수 없는 문제 아닙니까! 이런 거는 변별력이 꽝이라 이 뜻입니다.”


지난달 서울시 7급 필기시험이 치러진 후, 출제위원들을 향한 전한길 교수의 일갈이었다. 불과 3년의 차이를 둔 고려시대 서적을 보기로 주고 이를 시대 순으로 나열한 것을 고르도록 한 한국사 7번 문항을 두고서다


기출해설 강의 도중 비속어까지 섞어가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 그의 모습은 뜨거운 반응을 낳았다. 공무원 시험의 터무니없는 변별력을 꼬집은 그의 매서운 비판에 수험생들은 너도나도 응원의 목소리를 보탰고, 전 교수의 강의는 16일 기준 조회 수 103만회를 돌파하는 등 화제의 영상으로 떠올랐다


무엇이, , 전 교수와 공무원 수험생들을 그토록 분노하게 한 것일까

 

 

시험문제 변별력 논란, 과거에도 있었다


전 교수의 쓴 소리가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한 배경엔 찍기에 의존해야 할 정도로 지엽적인 필기시험 문제와 씨름해온 공시생들의 피로감이 있었다. 주요 사건의 발생연도를 외우는 것은 기본이고, 서적 저술연도와 사료의 내용, 특정 인물과 친분이 있었던 사람은 누구인지까지 달달 외우는 것만이 그들의 살 길이다. 이른 바 수많은 응시자들을 불합격시키기 위한 만점방지용문제를 맞히기 위해서다


만점방지용 문제를 거르기도 쉽지 않다. 불과 한 문제 차이로 당락이 좌우되는 것이 공무원 시험인 탓이다. 수험생 이 모씨는 그냥 틀리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거를 수도 있겠지만,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에 내가 맞힌 문제는 다른 경쟁자도 맞힐 가능성이 높다. 이왕이면 남들보다 한 문제라도 더 맞히기 위해 두꺼운 수험서를 끼고 사는 것이 공시생의 현실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7일 실시된 국가직 9급 필기시험에서도 만점방지용문제들은 쏟아졌다. 고려시대 시인 진화와 교류한 인물의 작품을 고르도록 한 19번 문항과 조선 성리학의 학설과 동향을 시기 순으로 나열하도록 한 16번 문항, 일제강점기 노동자들을 위한 영단 주택 관련 내용이 담긴 17번 문제, 울산 정유공장과 충주 비료공장 설립연도를 알아야 풀 수 있는 18번 문제가 대표적이다.




지난 3월 치러진 서울시 9급 기술직 필기시험에선 북한 정권의 수립 과정을 시대 순으로 나열하도록 하는 문제가 출제돼 수험생들로부터 이젠 북한역사까지 섭렵해야 하나라는 원성이 쏟아지기도 했다


지난해 국가직 9급 추가채용 필기시험 문제 역시 논란거리였다. 연대별 인구 정책을 상징하는 표어를 보기로 제시하고 연대별로 발생한 사건에 대한 옳은 설명을 고르는 9번 문제의 경우 생소한 유형이었기에 당황한 수험생들이 적지 않았다


복수정답 시비가 불거질 정도로 정답 역시 깔끔하지 못했다. 정답가안에 따르면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1980년대에 만들어진 슬로건이었지만 국가기록원 자료에선 1970년대로 표기돼있어 수험생들의 혼란을 더했다.


당시 한국사 고종훈 교수는 “9급과 7급 시험이 바뀌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어렵게 출제됐다. 인구표어 문제의 경우 국가기록원은 1970년대 표어라고 하고, 그 외 자료는 1980년대라고 나오기 때문에 복수정답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논란의 여지를 남긴 채 최종정답은 정답가안으로 확정됐다. 지금의 공무원 필기시험이 과연 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역사적 소양을 평가하기 위한 양질의 시험인지 물음표가 찍히는 이유다


   

인사처 부랴부랴 대책 내놓았지만 졸속 논란

 

공무원 시험의 변별력을 둘러싼 논란은 이미 수험가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비단 공무원 시험 뿐 아니라 초중고등 교육과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또한 단순 암기만을 요구하는 획일적인 교육 방식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만큼, 이참에 모든 영역에서 역사에 대한 토론과 적용을 가능하게 하는 주체적 교육 방식으로의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무원 시험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역사학자들까지 한국사 교육을 왜곡하는 저질문제”, “강박적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이나 알 수 있는 것들”, “전공하는 박사나 알까 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문제라고 꼬집으며 비판에 가세하게 된 배경이다.


10일 역사학자 전우용 한양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MBC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게 뭐가 중요해라고 반응하는 것은(반응이 나오게 하는 출제는)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학습 의욕을 꺾는다. 이런 출제는 앞으로도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당초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인사혁신처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사 등 주요 과목에 대해 수험생 출신 검토위원을 1~2명 더 늘려 지엽적인 내용의 출제를 방지하겠다는 것이 인사처의 입장이다.


문제는 이 같은 대책이 근본적인 해결과는 거리가 먼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출제 검토위원은 출제위원들이 낸 문제에 오류가 있는지를 검증하는 역할을 할 뿐, 문제를 직접 출제하진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목당 5~10명이 한 달 동안 합숙하며 문제를 내는 수능과 달리, 공무원 시험은 과목당 2명의 출제위원이 16일 동안 합숙을 하며 출제한다. 양질의 시험문제를 출제하기엔 인력과 시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시험제도와 출제경향의 개편을 약속해온 인사혁신처가 새 정부 출범 1년이 다 되어가도록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점 또한 수험생들의 불신을 부추기고 있다


김판석 인사혁신처장은 지난해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앞으로 공무원 시험에서 지엽적인 문제 출제를 지양하겠다. 필기시험을 검정시험으로 대체하고 면접을 전문화해 직무 능력이 괜찮은 사람을 뽑을 것이라는 뜻을 밝힌 바 있지만, 47일 치러진 국가공무원 9급 시험에서도 지엽적인 출제는 반복됐다. 취임 당시 조속히 수립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인사혁신 5개년 로드맵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수험전문가 A씨는 출제위원을 보강하는 등 공직자로서 필요한 소양을 제대로 검증하기 위한 양질의 문제를 출제하려는 노력 없이 검토위원만 몇 명 찔끔 늘리는 성의 없는 대책으론 문제의 변별력을 높일 수 없다. 경쟁률만큼 높아지고 있는 지원자들의 역량만큼 인사혁신처도 제대로 된 채용방식과 변화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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