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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터뷰] 일해 본 사람은 안다, 공직이 꽃길이 아님을

<공무원의 정석> 저자 공무원예비학교 임영미 대표를 만나다



정말 물어보고 싶어요. 그 꽃길을 직접 경험해 봤느냐고.”


시종일관 미소가 끊이질 않았던 임영미 공무원예비학교 대표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걷혔다. 공직생활이 곧 철밥통’, ‘꽃길로 통하는 사회적 시선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였다. 기자의 질문에 질문으로 답한 임 대표의 표정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주당 근무시간이 60~80시간에 이를 정도로 야근이 익숙했고 온갖 실무를 도맡아 하느라 건강까지 포기해야 했던 공직생활 24년이 떠오른 듯 했다.



공직은 꽃길이 아니라 그냥 비포장도로에요. 때로는 대기업보다 더 치열한 곳이 바로 공직이죠. 공무원이 편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공무원으로 일해 본 사람이라면 절대 공직이 꽃길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겁니다.”



실제로 9급 지방공무원 공채로 첫 발을 내딛은 뒤부터 건강 문제로 47세에 명예퇴직을 하기까지, 임 대표의 공직생활은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의 연속이었다


순천시청에서 전남도청으로, 고용노동부 고용센터 팀장으로 자리를 옮기기까지 소리 나는 노동 강도와 쉴 새 없이 밀려드는 민원, 빈번한 현장 출장업무 등 고단함이 도처에 깔린 자갈밭을 꾸준히 걸었다


31살의 나이에 갑작스레 찾아온 만성신부전증은 그녀가 맞닥뜨린 최대 고비였다. 신장이식 수술 후 면역억제제를 처방받기 위해 재직 중에 서울과 지방을 오갈 때마다 난 병원 옆에 가서 살 거야라는 말을 되뇌었다고 했다.


그래도 그녀의 천직은 역시 공무원이었나 보다. 대개는 주저앉았을지도 모를 공직생활의 길목마다 임 대표는 자갈을 걷어내 흙길을 다지고 열정이란 이름의 꽃씨를 뿌렸다순천시청과 전남도청 재직 시절 받은 2번의 장관 표창은 척박한 공직생활에서 그녀가 일궈낸 값진 열매였다. 임 대표가 24년간 겪은 공직은 준비된 꽃길이 아니라 그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모습을 달리할 수 있는 황무지였던 셈이다.


최근 임 대표가 집필한 <공무원의 정석>은 그렇게 태어났다. 막연하게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며 공직에 뛰어들었다가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떠나는 요즘의 공무원들에게 전하고 싶던 말을 담았다.


지난달 26, 이제는 후배 공무원과 예비공직자 양성에 힘쓰고 있는 임영미 공무원예비학교 대표를 역삼동에 위치한 그의 연구실에서 만나 책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경력 17년 차에 찾아온 시련,

     진흙 속에서도 진주는 빛난다는 생각으로 견뎠죠”

 


 

          



Q. 오랜 공직생활을 접으시고 예비현직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신장이식을 받은 지 15년이 될 즈음 명예퇴직 했어요. 몇 년 동안의 야근과 직무스트레스가 누적이 되어 몸이 현저히 나빠졌죠. 특히 마지막 해엔 야근을 무척 많이 해 질병 휴직을 1년 했어요. 그 후 복직하지 않고,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명예퇴직 하였습니다


강의는 근무할 때부터 병행했어요. 강의 경력은 2010년부터 시작했으니, 9년이 되어가네요. 업무와 연결된 강의를 주로 했는데, 고용노동부에서 직업진로팀장으로 재직할 당시 청년 취업지원 사업이 한창이었습니다


당시 팀장 업무를 하면서 팀원 한명의 공백으로 제가 청년취업지원 전체 사업을 도맡아 했습니다. 재밌기도 했지만 힘들기도 했어요. 이 일을 하며 고등학교, 대학교 취업특강을 같이 했고요. 기업지원팀장으로 재직할 때엔 중소기업 CEO를 대상으로 고용노동부의 지원사업에 대해 설명회와 컨설팅을 겸해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이 모든 일을 근무와 병행했죠.

 

 

Q. 재직 중에 야근이 잦으셨나 봐요.

 

사람마다 다르긴 한데요, 저 같은 경우에는 주당 근무시간이 60~80시간 정도 됐을 거예요. 그러면서 면역력도 떨어지면서 건강이 나빠졌어요.

 

 

Q. 강의가 적성에 맞으세요?

 

일단 제가 남 앞에 서는 일이 떨리지 않았어요. 강사 과정을 특별히 배운 건 아니에요. 하지만 특성화고에 가서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직장예절을 가르치고, 고용노동부의 취업지원 제도에 대해 알려줬지요. 또 고용센터에 실업급여를 받으러 오시는 구직자를 대상으로 강사로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할 때는 몹시 힘들었지만 이런 경험들이 지금의 활동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Q. 지방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하신 후 고용노동부로 옮기게 되셨는데 어떤 계기였나요?

 

31살에 만성신부전증이 와서 혈액투석을 하며 서울 아산병원에서 신장 이식을 받았어요. 당시에 수술만 마치면 모든 게 해결되리라 생각했는데, 수술 전날에야 수술을 한 후 평생 동안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또 다른 산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 순간이었죠.


결국 병원 가까이 생활해야 해서 상경하게 됐어요. 지방에서 두세 달에 한 번씩 진료 받기 위해 서울 올라가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죠. 병원 예약 날짜를 무조건 지켜야 하는데 공무원 생활 하면서 그 예약날짜를 맞추는 것도 만만치 않잖아요. 근무를 해야 하니 이틀 휴가는 낼 수가 없고 하루 휴가를 내고 와야 하는데 비행기를 타더라도 비가 와서 결항이 되면 전날 미리 올라가야 하니 굉장히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 때가 동사무소에서 근무할 때였는데 같이 일하던 후배들이 하는 말이 제가 병원에만 다녀오면 난 병원 옆에 가서 살 거야, 난 병원 옆에 가서 살 거야라고 중얼거렸대요. 그런 이유 때문에 시청에서 전남도청으로 전입고사를 봤어요. 도청에 가있으면 서울로 파견을 나갈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더 많이 열리는 편이니까요.


그렇게 상경해 고용노동부에서 일하기 전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1년간 근무했습니다. 행운이 따랐지요. 저는 말하는 대로 이뤄진다는 것을 믿는 사람이에요. 긍정적인 말을 계속 하다보면 실제로 나의 삶이 그렇게 변하더라고요. 전 살면서 그걸 여러 번 느꼈어요.

 

 

Q. 국가직 중앙부처 발령은 어떻게 받으셨어요?

 

도청에 가 있었는데, 남편이 서울로 발령이 났어요. 제가 도청에 간 지 1년 반 만이었죠. 도청 인사계에 전화해, 주말부부 생활을 하는 제 처지를 말씀드리며 부탁했어요. 파견 근무 기회가 있으면 보내주십사 요청 드렸는데, 말을 잘 했는지 또 행운이 따랐어요. 저는 진실하게 얘기하면 어디서든 항상 통한다고 봅니다. 같은 말이라도 부탁을 하고, 협조를 구하는 쪽으로 겸손하게 나오면 누가 도와주지 않겠어요? 그렇게 부탁을 한 지 일주일 만에 도청 인사팀에서 제게 전화를 줬어요. 원래 저보다 한 직급 높은 자리인데도, 계장님이 재량을 발휘해 꼭 직급에 맞는 사람만 가란 법이 있나, 꼭 가야 할 사람을 보내자하셔서 그대로 결정됐습니다. 그 계장님께 경황이 없어 지금껏 제대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지 못한 점이 무척 마음에 걸리네요.

 

 

Q. 고용노동부 일이 고되다는 얘기가 많더라고요. 이전과는 업무 환경도 많이 달랐을 텐데요.

 

그때 제가 경력이 벌써 17년차였는데, 자리를 새로 옮기니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만 하는 힘든 시기가 있었습니다. 부처마다 조직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새 사람들과 적응해야만 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어요. 그때 항상 사표를 마음에 품고 다녔지요.

 

 

Q. 사표를 품고 다니는 일상,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돈 때문에 극복했죠! 하하하. 그때는 생계형 맞벌이였기 때문에 다른 방도가 없었습니다. 당시 애들도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다 보니 열심히 해야만 했죠. 1년 정도 무척 어려운 때가 있었어요.


제가 경력이 있음에도 실업급여 지급 창구에서 일하며 9급 신규 채용 공무원들과 함께 일했거든요. 그때 무척 힘들었죠. 2009년 당시 신종플루가 유행했죠? 저 같은 신장이식 환자는 특히 위험했어요. 고용노동부 본부에서도 신장이식을 받은 직원은 민원을 응대하는 창구에는 배치를 자제하라는 공문까지 내려왔는데, 가장 민원인을 많이 응대해야 하는 창구업무였었거든요


결국 이러한 어려움이 있어서 업무를 수행하기가 어렵습니다라고 과장님께 부탁을 드렸는데 그러자마자 다른 고용센터에까지 소문이 다 났어요. 전입하자마자 근무하기 싫어서 제가 꾀병을 부린다고요. 이것 때문에 1~2년 동안 맘고생이 정말 심했어요. 고용노동부 전체의 문제는 절대 아니지만, 제 상사인 과장님의 리더십 부재가 아쉬웠어요.


그 때 이런 생각을 했어요. 제 생애 최초로 이런 시련이 닥쳤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나의 진실은 내가 성실히 근무하다보면 밝혀진다’, ‘언젠가는 나의 진정성을 알아줄 날이 올 것이다라고 생각했죠. 제가 모든 직원들을 찾아다니면서 저는 억울합니다하고 다닐 수도 없잖아요. 말씀드렸다시피, ‘진주는 진흙 속에서도 빛난다는 걸 알게 될 때까지요.


저는 신장이식을 받았기 때문에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내부 장애인이죠. 차라리 외부로 드러나는 질병이 있었다면 배려를 받았을 텐데, 내부 장애인들은 나름대로의 애로사항이 많이 있어요. 일을 하는 부분에서는요.

 

 

Q. 우수공무원 표창을 받은 적도 있으신데, 그 비결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장관 표창을 2번 받고, 순천 시장 표창도 3번 받았어요. 장관 표창은 제가 민원혁신서비스로 우수공무원 상을 받았는데, 전라남도 21개 시군에서 저 혼자 받았어요. 담당자 21명 중 전남도청에서 저를 고른 거죠. 그때는 중앙부처 TF팀에 소속되어 시군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 개선방안을 재고하는 역할을 수행했어요. 업무에 대한 전문 지식과 열정을 갖췄죠. 비결이라면 그 정도를 들 수 있겠네요.

 

 


공직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은 금물



Q. 공무원예비학교를 운영하면서 공무원 면접강의를 하고 계신데, 다른 강의와 차별화되는 장점이 무엇인가요?

 

지난주에도 지방에서 올라온 분들을 모시고 강의를 했어요. 5시간 동안 수업을 듣고 강의를 평가해주셨는데, 이렇게 얘기하시더라고요. “두루뭉술하지 않고 질문에 명확한 답을 줘 도움이 많이 됐다라고요


수업하는 내내 제가 24년 간 근무하면서 쌓인 노하우를 쏟아 부은 만큼 실제 공직 선배에게 들은 기분이겠죠. 예컨대 공무원의 자세라고 하면, 책을 보고 공부하면 어떤 강사도 가르칠 수 있겠죠? 그런데 같은 얘기를 해도 자신만의 사례를 들어 설명할 수 있는 강사는 없을 거예요.

 

 

Q. 그만큼 79급 공채 수험생들에게 최적화된 강의라는 말씀이시죠?

 

, 맞습니다.

 

 

Q. 현직 대상으로도 강의를 하고 계신 걸로 아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지금은 공무원 교육원 2곳을 다니면서 퇴직 예정 공무원에게는 생애 설계 강의, 신규 공무원에게는 스트레스 관리와 소통 공감 과정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제가 말을 잘해서 행운이 많았다고 했죠? 그런 비법을 전하려고 해요.

 

 

Q. 강의를 진행하면서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지난주에 교육행정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어요. 교육행정직에 대해 말하자면, 흔히 일하기 편하다고 생각하는 직렬이잖아요?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 하나 할게요. 시골 지역의 교육행정직 직원 이야기예요. 세입 업무를 담당하는 여직원이었어요. 어떤 분이 미납된 금액이 있어 직접 찾아갔대요. 흔히 교행직은 무척 고상한 일을 할 것 같죠


절대 그렇지 않아요. 그렇게 시골 동네에 있는 집까지 찾아갔는데, 집에도 안 계셔서 밭에까지 찾아갔답니다. 그런데 웬걸, 미납자가 그 사람을 보자마자 왜 여기까지 찾아 왔냐면서 호미를 들고 쫓아내더래요. 그 직원은 소스라치게 놀라서 말도 못하고 도망치듯 돌아왔고요


모든 공무원은 좋은 점이 있으면 안 좋은 점도 있어요. 450분까지 기다렸다가 칼퇴근한다, 보통 이런 것만 생각하시잖아요? 이러한 애로사항이 다 있다,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강의를 하러 가서 저도 배우고 온 거죠.

 

 

Q. 최근 뉴스만 봐도 공무원의 과로사나 자살 문제가 심심치 않게 언급되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공무원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은 철밥통’, ‘칼퇴근이죠. 왜 그럴까요?

 

제가 책을 쓴 가장 큰 이유에요. 요 몇 년 간 서울시 만해도 8명이 자살했죠? 뿐만 아니라 몇 년 동안 공시에 내리 떨어진 수험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죠. 이런 비보를 접할 때마다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내 책을 읽으면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됐어요. 보이는 게 다는 아닌데 말이에요. 언론에서도 편향적으로만 다루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도 언론에서 공무원 소득이 세전 500만원 수준이라고 보도를 했죠. 물론 세전이라고 하지만, 일반 국민에게는 그런 게 눈에 안 띄거든요. 저도 공직생활만 24년 했는데, 통장에 500만원씩이나 수령한 적이 없어요.


이런 식으로 기사가 나가면 국민들은 공무원들이 떼돈을 번다고 예단하고 말죠. 우리나라 사정이 나아지고 민주화 되면서, 국가 정책적으로도 관 주도의 행정보다는 국민을 위한 행정 서비스를 펼치다보니 그 과정 중에 부작용이 생긴 것 같아요.

 

 

Q. 후배 공무원들의 멘토 역할도 하고 계신데, 요즘 공무원들을 보시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솔직히 요즘 공무원을 보면 직업의식이 다소 부족하고, 그만큼 편안해진 것 같아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을 빼고는, 학창시절까지 대부분 편한 것도 사실이죠.

 

 

Q. 왜 그럴까요? 예전보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기간은 길어졌잖아요. 예전보다 공무원 시험에 들이는 노력과 시험의 경쟁률은 배가 됐는데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칼퇴근하고 연관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공무원 관련 커뮤니티를 봐도 그렇고, 합격만 하면 다들 꽃길만 펼쳐질 거라고 생각해요. 꽃길이 아니라 가시밭길이에요. 처음 신입으로 오면 최소한 4~5년 동안은 절대 편하지 않아요. 이런 길을 혼자 걸어야 돼요


두 친구가 있다고 가정해 볼게요. 같이 공부해서 똑같이 합격했는데 한 친구는 그 길을 제대로 알고 있는 반면, 다른 한 친구는 막연히 꽃길이라고만 생각했어요. 당연히 행복 지수와 공직생활 자체가 다르겠죠?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공직에 뛰어들면 우울증에 걸리기 참 쉬워요. 이래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신입 공무원도 상당수에요. 다행히 자신의 증상을 아는 경우에는 병원을 가서 치료를 받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가는 경우도 있어서 안타까워요.

 

 

Q. 이명박 정부 때 고졸자를 배려해 고등학교 과목을 선택과목으로 추가했잖아요. 그런데 워낙 경쟁률이 치열하니, 자신의 적성보다 합격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고교선택과목으로 지원 분야를 매년 바꾸는 수험생들이 생겼고요.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세요?

 

저는 일단 고등학교 교과목을 대졸자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어요. 당연히 고졸자들만 시험 볼 수 있는 줄로만 알았죠, 그게 원래 취지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지금은 SKY 출신 공시생이 고등학교 과목을 공부해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부작용이 생겨났죠. 제가 이 배경에 대해 얘기를 조금 해 드릴게요. 제가 당시 이명박 정부 때 고용노동부에서 고졸 취업을 담당했어요. 자진해서 특성화고에 한창 강의하러 다닐 때였죠. 그런데 2011년 상반기에 제 사례가 고용노동부 본부에 우수사례로 올라가 청년실업 대책회의 때 보고가 됐어요. 그 해 8월 갑자기 고졸취업이 국정과제로 등장한 거죠. 저번 면접 수업 할 때 이 얘기를 했더니, 다들 깜짝 놀라더라고요. 하지만 고졸 공무원 양성이라는 당초의 취지와 다른 결과가 빚어졌다면, 그 정책은 폐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Q. 실제로 세무직도 신입 공무원의 퇴사율이 높다고 들었어요.

 

전 직렬별로 다 높아요. 신입 공무원들의 조기 퇴사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그게 이 책을 쓴 이유기도 해요. “먼저 고민해라. 가장 중요한 건 공직은 꽃길이 아니다. 그냥 가시밭길이다. 대기업보다 더 치열한 직장 중 하나다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어요


일단 들어가면 어떻게 생활하는지 그 직업에 대한 탐색을 기본적으로 해야 돼요. 공무원 뿐 아니라 특정 기업을 들어간다고 하면 그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상과 조직문화, 들어갔을 때 어떤 단점이 있는지도 기업체별로 탐색하고 그 직무가 내 적성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을 때 지원하는 게 옳죠


공무원 부모님을 둔 수험생은 공직의 삶이 꽃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요. 지금이 딱 산불비상근무를 할 때거든요그들은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맘때쯤 늘 비상근무를 나가니까 혼자 있었던 기억이 많아요. 결국 공무원의 삶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꽃길이라고 말한다는 거죠. 왜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이 꽃길이니 뭐니 하면서 더 행복할 수 있는 청년들까지 불행하게 만드는지 모르겠어요.

 

 


과거로의 여행이 면접 준비의 첫 걸음

 

 



Q. 공무원 면접에서는 어떤 인재를 뽑을까요?

 

과거엔 스펙 중심 채용이었다면 지금은 능력 중심 채용으로 채용시장의 트렌드가 바뀌었어요. 스펙은 스펙이고 실제 와서 일하는 것은 또 다르더라는 거예요. 몇 년 전만 해도 학벌 좋고 어학 연수 다녀온 인재들을 뽑았는데 막상 뽑아보니 인성에 문제가 있어서 조직원과 융화가 안되거나 역량이 부족해서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사례들이 발생한 거죠. 또 스펙을 쌓기 위해 청년들이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해야 돼요. 국가적인 낭비죠


들어와서 해야 하는 일이 직무라면 이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얼마나 제대로 갖췄는지를 보는 게 능력 중심 블라인드 채용이에요. 예컨대 고용노동부의 경우 민원응대 업무가 많기 때문에 면접을 통해 응시자가 민원인과 마찰을 빚을 것 같은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겠죠. 지금 인사혁신처의 모토가 따뜻하고 일 잘하는 공직자 선발입니다


정책의 방향이 전문성 강화를 향하고 있기 때문에 공무원 채용방식 역시 변화가 생길 거예요. 민간경력사무관 채용 확대 등도 큰 틀에서 보면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이뤄지는 부분이죠. 따라서 앞으로 공무원 면접은 해당 직렬과 관련된 역량이 어떤 것인지를 검증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요.

 

 

Q. 수험생들은 필기시험 위주로 준비를 하다 보니 면접에 익숙지 않아요. 이 때문에 면접에서 말문이 막히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조건값은 다 같아요. 면접은 출발선상이 동일한 100미터 달리기에요. 하지만 평소에 책을 많이 읽었던 공시생들은 남다르게 두각을 발휘할 수 있겠죠. 또 평소 자신의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면접 준비는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돼요. 모르는 질문이 나와도 그것에 대해 유연하게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당황하지 않을 능력이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는 정답사회에요. 그래서 면접이 힘든 거죠.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정답을 공부하기 위해 준비하니까요. 하지만 공무원 면접엔 정답이 없어요. 또 공무원이 되면 당장 첫 날부터 불특정 다수가 나의 고객이 되어 버려요


그 불특정 다수는 욕을 하면서 달려들 수 있는 민원인이 될 수도 있고, 엄청 거드름을 피우는 고객이 될 수도 있어요. 누구를 만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무원이 그 민원인보다 전문성도 결여되고 말도 제대로 못한다면 기본적으로 업무 수행의 기본이 안 돼 있는 거겠죠? 공무원 면접은 스피치를 시험하는 게 아니라 공무원으로서 민원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역량을 검증하는 관문이라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Q. 요즘은 면접에서 경험형 질문을 많이 던지는 것 같아요. 경험이 다양하지 못한 수험생들은 그걸 부담스러워하기도 하고요.

 

, 경험과 상황에 따른 질문을 많이 하죠. 그런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그들이 기본적으로 많은 경험을 쌓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공무원 면접은 엄청난 경험을 요구하는 게 아니에요. 다만, 경험을 통해 얻게 된 자신의 능력을 면접 준비할 때 찾아내면 되는 거죠. 성공이나 실패의 과정 속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그 얻게 된 교훈이 공무원의 직무 역량과 기본적인 소양과 어떻게 연결이 되었는지 말을 하면 돼요


이 때문에 제 강의에선 자기 이해와 자기 분석을 먼저 해요. 자기소개서를 이메일로 먼저 받거나 아니면 출력해서 수업에 가지고 올 것을 주문하죠. 면접은 미래잖아요. 그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오늘로부터 가장 가까운 과거로 떠나서 나를 돌아봐야 해요.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나의 강점과 성취업적을 찾아내고 직무에서 요구하는 역량과 접목시켜보기도 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책을 찾아내는 거죠.


마치 필기시험을 준비하듯 과거 기출문제를 보고 거기에 대한 모범답안까지 외워가면서 준비하는 분들도 있는데 실전에서 답변을 까먹으면 어떻게 될까요? 머리가 하얘지겠죠. 하지만 자기이해와 분석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면 면접은 쉽게 풀려요. 자신만의 스토리로 면접관들과 편안하게 소통 할 수 있어야 해요.

 

 

Q. 조금 있으면 지방직 9급 필기시험이 치러지는데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공직자의 길을 걷게 될 수험생들을 위해서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힘들지만 매력적인 직업이고 그 안에서 얼마든지 전문성도 찾을 수 있어요. 혹시나 공직에 입문한 뒤 아 이건 아닌데라는 회의감이 들더라도 지금은 100세 시대기 때문에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먼저 나갔다고 뭐라 할 사람 없거든요


물론 공무원이 정년이 보장되어 있어서 메리트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공무원의 매력이 고용의 안정성 외에는 딱히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럼에도 내가 공직자로서 행복할 수 있다면, 너무도 다행이지만 만약 공무원이 아니라 다른 업을 하는 게 더 행복하겠다 싶으면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얼마든지 다른 일을 할 수 있어요


블로그에 글을 써 봐도 괜찮고요. 일 이외에 자신의 행복을 충전 할 수 있는 딴 짓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마인드의 변화가 필요한 시대 같아요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행복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