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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공무원 칼럼] 재량이 영(0)으로 수축

소극적 행정을 벗어나 본래의 취지로 구현되길 바라면서

필자는 예전 수험생활을 잠시 돌이켜보면서 그때 공부했던 내용을 더듬어보았다. 공직에 입문한 후 수험준비를 통해 쌓은 지식을 생각하면 그때 공부했던 내용들이 그리 큰 역할을 하진 못했던 것 같다.


물론 기초적인 배경지식이 있어야 공직을 수행할 수 있지만 미국 대통령 잭슨(Jackson)의 공무원 채용관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공무원은 일반적인 상식만 있다면 누구든 할 수 있다.’라는 잭슨 대통령의 이야기에 필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필자는 공직을 준비할 때 공부한 내용들이 공직에서 일을 하면서 생각만큼 많이 활용되지 않았다고 본다.


오히려 공직에 들어와 실무를 하면서 일종의 러닝 바이 두잉(Learning by Doing)’으로 익힌 지식들이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그럼에도 행정법에서 배웠던 재량이 영으로 수축한다는 내용은 필자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이 내용의 핵심은 공무원의 자의적인 해석 여지가 많은 부분에 재량을 줄여 법령처럼 처리한다는 것으로, 국민에게 예측 가능한 행정행위를 통해 권리구제를 높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재량이 영으로 수축되어 국민들에게 적극적인 행정으로 다가가지는 못하는 것 같다.


재량의 영역이 큰 부분에 대해서 공무원들은 최대한 법령에 근거하여 처리하려고 한다. 그 이유는 재량의 범위에서 선의로 처리한 일의 결과가 생각하지 못한 책임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소신껏 일을 해도 책임도 함께 져야하는 경우가 생기니 공무원의 적극적인 행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래서 재량의 범위를 최대한 축소시켜 법령과 규정의 범위로 들여오려는 사례가 일어난다. 예전에는 광범위한 재량으로 인해 공무원의 해석에 따라 자의적인 행정이 이루어졌지만 지금은 원칙에 입각해 재량의 해석이 좁게 이루어져 소극적 행정에 의한 문제점이 나타나기도 한다. , 재량의 영으로의 수축이 국민의 권리를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가 제약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실제 공직에 임용되어서 실무를 담당하다보면 규정에 대한 해석이 생각보다 애매한 경우가 있다. 이 때 검토자의 의견은 매우 중요한데 검토자가 어떻게 규정을 해석하느냐에 따라 행정행위, 즉 검토 결과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수익적 행정행위의 경우 국민의 예상과 다른 처분이 나오면 이에 대해 국민은 권리구제를 요구할 수 있지만 그 처분이 규정과 법령의 테두리 안에서 소극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법령이나 규정의 해석을 자의적으로 한 것이 아닌 관련 법령이나 규정과 연계하여 그 해석 범위를 좁게 해서 처분의 근거를 만들었다면 담당자의 업무처리는 일견 문제가 없고 처리 자체도 하자가 없다.


더불어 규정 자체의 자의적인 해석이 아닌 규정의 미비로 인한 사각지대(死角地帶)에 합리적인 근거를 확보했기에 내부적으로도 일을 잘한 것이다. 공무원 개인 입장에서 파레토(Pareto) 최적은 일군 셈이다. 하지만 처분의 상대방에 대한 예측가능성, 적극적 행정 차원에서는 아쉬움이 남게 되고, 이것이 선례로 남으면 앞으로 발생하는 유사한 사례에는 이 처분이 처리기준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관점에서 파레토 최적은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그럼 이에 대한 해결방법은 없을까? 이는 입법의 미비에서 오는 것이기에 직접적인 근거 조항을 관련 법령이나 규정에 신설하면 해석의 부재나 불충분을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의 열쇠는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의지에서 출발한다. 제도적인 문제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담당자가 어떤 생각을 갖느냐에 따라 해결의 결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적극적인 행정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선의의 실수를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적극적인 행정에 대한 책임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재량이 영으로 수축되는 이론의 본래의 취지도 되살아나 국민의 권리 보호를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2001년 국가직 합격

중앙부처 사무관

경제·비경제부처에서 다양한 업무 경험

안전행정부 주관 국비장기훈련 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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