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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칼럼] 소신(所信)과 보신(保身)

6.13 지방선거가 우리에게 남긴 것

경기도의 아들 남경필이 대한민국의 딸 박근혜를 지켜내겠습니다.”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13, 경기도민인 지인은 기표소에 들어선 순간까지 이 말이 떠올라 한참이나 투표를 망설였다고 했다. 비밀선거가 원칙이기에 그의 최종 선택은 누구였을지 알 수 없지만, 4년 전 남 전 지사가 외친 구호가 한 유권자의 표심을 흔들었음은 분명해보였다.


실제로 지난 13일 치러진 전국 동시지방선거에서 경기도는 가장 혼란스러운 지역 중 하나였다. 선거 막판까지 이재명 전 성남시장의 여배우 스캔들과 욕설파일, 트위터 계정 논란 등이 화제가 됐고, 토론회에선 이를 둘러싼 후보자들 간의 낯 뜨거운 디스전이 펼쳐졌다


덜 최악인 반찬을 골라 먹어야 하는 식당이 인기를 끌 수 없듯, 이번 선거에서 경기도 지역의 투표율은 전국 평균 투표율보다도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당락에 상관없이 후보자 개개인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감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상대 후보의 치명적인 악재가 잇따라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도 남 전 지사는 이 당선인에게 그야말로 대패했다물론 그의 패배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환경적 요인도 있었지만 개인적 요인으로는 대체로 소신의 부재가 꼽힌다


아이러니하게도 남 전 지사의 소신은 당내 비주류였던 그를 잠재적 차기 대권후보군으로까지 올려놓은 힘이었다. 보수 정당 내에서도 혁신과 중도 포용을 외치며 당내 주류와의 차별화를 선언하고 집권 정부의 잘못 역시 지적하는 모습을 보여 온 그의 모습은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문제는 그런 그의 소신이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상당 부분 증발해버렸다는 점이다. 진정한 보수의 중심을 다시 세우겠다며 새누리당을 탈당했지만, 지난 1월엔 보수 통합을 이유로 새누리당에서 간판만 바꾼 자유한국당으로 다시 둥지를 옮겼다.


지방선거 국면에서 개인의 소신보다는 정당의 힘에 기댄 남 전 지사의 선택 역시 그가 저지른 가장 뼈아픈 실책이었다. 자유한국당에 대한 국민적 반감과 책임론이 여전하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80%에 육박하는 만큼 정당이 아닌, 자신의 경쟁력을 부각시킬 수 있는 정책 대결에 승부를 걸었어야 했지만 그는 자유한국당이 전면에 내세운 네거티브전에 함께 뛰어들었다


, 유권자들로 하여금 인물이 아닌 정당을 보고 투표하게끔 그 스스로 독려한 셈이다. 구시대의 망령과 결별하고 시대와 가치, 그리고 국가시스템의 교체를 이뤄내겠다던 그의 소신(所信)’보신(保身)’으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흔히 보신이 야유의 대상이 되는 반면, 소신이 박수를 받는 이유는 그것이 담고 있는 가치의 무게가 현격히 다르기 때문이다. 보신엔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계산이 깔려 있지만 소신은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당장의 이익보다 먼 미래를 내다본다


지난 정부에서 저질러진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은 소신 없는 공직자가 우리 사회에 어떤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개인의 영리가 아닌 공익 증진을 위해 봉사하는 공직자에게 소신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다. 만약 남 전 지사가 명분 없는 복당 대신, 자신의 소신을 좇을 수 있는 독자적인 길을 택했다면 경기도지사 선거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펼쳐졌을 수도 있다.


탄핵정국을 거치며 보신주의가 오랜 경륜 끝에 얻어진 지혜인양 포장되는 시대는 이미 국민들에 의해 적폐라는 이름으로 유폐됐다. 이는 비단 선출직 공무원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상사의 비효율적인 지시라도 존중하겠다는 예비 공직자들의 천편일률적인 면접시험 답변 역시 이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방향으로 변화할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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