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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칼럼] 행복회로의 배신

흔히 낙관론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가능케 해주는 주문으로 통한다. 대형 서점가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자기계발서들의 제목이 그를 증명한다.


신경과학자 탈리 샤롯은 <설계된 망각>이란 저서를 통해 우리가 낙관론을 신봉하는 이유를 인간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낙관적인 전망을 통해 외부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삶에 활력소를 제공함으로써 인간의 생존에 기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동시에 저자는 지나친 낙관주의로의 흐름은 오히려 인간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른바 낙관편향의 위험성이다.


이는 스톡데일 패러독스라는 심리학 이론으로도 유명한 제임스 스톡데일의 일화에서도 드러난다. 1965년 미 장교였던 스톡데일은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가 베트콩에 사로잡혀 76개월간 수용소에서 갖은 고문과 폭행을 당하며 포로생활을 해야 했다


동료들의 대부분이 수용소에서 사망했지만 끝까지 살아남은 그는 생존의 비결로 철저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한 낙관주의를 들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낙관이 아니다. ‘철저한 현실의 인식이다.


사망한 동료들은 대부분 근거 없는 낙관론에 젖어있었다. 그들은 크리스마스 전까지는 포로수용소를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크리스마스가 지나자 부활절, 그리고 추수감사절엔 석방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기약 없는 포로생활로 상심에 빠진 그들은 현실과 믿음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한 채 결국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반면, 스톡데일은 냉철했다. ‘시간이 지나면 석방되겠지라는 막연한 낙관론 대신 포로 생활의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독방생활 속에서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혹독한 고문을 이겨내기 위해 꾸준히 체력을 단련시키며 고통을 견디는 방법도 만들어냈다. 포로생활을 끝낼 수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음과 동시에 그리 쉽게 자유의 몸이 되진 않을 것이라는 냉철한 현실인식을 견지한 것이다.


흔히 시험이 끝나고 나면 수험생들은 문제 출제기관을 향해 원성을 쏟아낸다. 문제의 난도가 높아지면 지엽적인 출제에 대한 불만이, 난도가 평이해지면 변별력 없는 문제에 대한 볼멘소리가 어김없이 터져 나온다


최근 처음으로 수험생들에게 필기시험 문제가 공개된 하반기 소방 필기시험도 예외는 아니었다. 필기시험의 난도가 낮아지면서 변별력 없는 문제에 불만을 터뜨리는 수험생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실력이 향상된 것이라 철석같이 믿고 앞으로도 이대로~!”를 외치며 현실에 안주하는 이들도 보인다. 그만큼 낙관주의와 현실의 괴리에서 방황하며 자신만의 행복회로를 돌리는 이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수많은 지원자 중 옥석을 가려내는 것이 시험의 역할인 만큼, 시험의 난이도는 늘 변화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냉혹한 현실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어떤 난이도도 거뜬히 정복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기 자신을 단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벌써 상당수의 수험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소방 필기시험의 난도가 매우 낮아진 만큼, 내년엔 보다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문제의 난도를 높일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내년 상반기 소방 필기시험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5개월이다. 언제 찾아올지 알 수 없는 크리스마스를 마냥 기다리기만 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을 혹독하게 단련해가며 크리스마스를 맞을 준비를 할 것인가. 선택은 오로지 당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