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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현 칼럼] 쉬운 행정학 강의 - 현대행정국가와 신행정국가

(1) 근대 입법국가


근대에는 고전파 경제학이 유행하던 시기였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시장이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하면서 알아서 경제 질서를 유지해 줄 것이라는 이론입니다. 이러한 경제학적 원리를 ‘자유 방임주의’라고 합니다.

당시 팽배했던 자유 방임주의의 영향을 받아 행정가들도 시장의 자동조절기능을 신뢰했고 행정적 개입은 최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장이 공급해 줄 수 없는 공공재나 국방·외교·치안 등에서만 국가가 개입하고 나머지는 시장의 손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죠. 

행정의 역할은 아주 작고 입법의 역할이 가장 중요했으므로 근대 입법국가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 시기의 소극적인 국가를 ‘야’간 ‘경’비 역할만을 한다고 해서 야경국가라고도 합니다.


(2) 현대 행정국가


그런데 1929년 이 고전파 경제학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고 세계 경제가 커다란 혼란에 빠진 사건인 ‘대공황’이 발생합니다. 실업률이 치솟고 실업자가 물건을 사질 못하니 물건은 팔리지 않고 재고만 쌓이고, 물건이 안 팔리니 노동자를 줄여야 하고 다시 실업률이 오르고…. 악순환이 반복돼 경기는 점점 침체했지만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이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보이지 않는 손’을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이 혼란을 극복해야 한다는 케인스경제학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케인스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돈을 써서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공공주택, 도로건설 등 큰 규모의 사업을 시행하면 이 사업에 인력이 필요할 것이고 인력을 고용하면 고용된 이들은 돈이 생길 테니 물건을 살 것이고 물건을 사면 기업도 더 많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 고용을 늘리고…. 선순환이 반복되어 경기침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이 케인스경제학을 받아들인 것이 루스벨트 대통령입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규모 사업을 시행하고 사회보장법 시행 등을 담은 것이 바로 잊힌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뉴딜(New Deal)정책’입니다. 이 시기에는 행정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집행뿐만 아니라 정책 결정까지 행정기관이 담당하게 됐고(정치 행정 일원론), 민간부문에까지 개입했습니다. 행정이 큰 역할을 하게 되면서 정책이 잘 굴러가도록 신속하게 법을 만들어야 했는데 구체적인 정책을 구상하는 것은 행정부인데 입법부가 그에 관련된 법을 세세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고, 법 제정 과정은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이러한 필요에서 ‘위임입법’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위임입법은 행정부 등 입법부 이외의 국가기관이 법률을 제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행정부가 활발하게 입법 기능을 할 정도로 입법, 사법 등 다른 기능보다 행정의 역할이 가장 큰 시기여서 이 시기를 현대 행정국가라고 합니다. 이 시기의 적극적인 국가를 복지국가라고도 합니다.

(3) 신행정국가


그러던 중 세계 경제 질서에 또 한 번의 큰 위기가 닥쳐옵니다. 바로 1973년 처음 발발한 석유파동(Oil shock)입니다. 석유파동은 석유수출국기구연합(OPEC)과 아랍석유수출국기구(OAPEC)가 원유가격을 인상하기로 밀약하면서 생산비용이 크게 상승한 사건입니다. 석유는 아주 중요한 생산요소였으므로 그 타격이 매우 컸습니다. 원료비가 비싸지면 물건값도 비싸지면서 물가는 상승하고, 물가가 상승하니 사람들은 돈을 쓰지 않아 물건은 팔리지 않고, 물건이 팔리지 않자 노동자를 해고하면서 실업이 증가하는 순서로 불황이 심화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정부가 해결하려고 갖은 노력을 했으나 경기는 쉽게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케인스경제학은 틀렸다며 과도한 개입은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신자유주의자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신자유주의는 국가권력의 시장개입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도한 시장개입을 비판하고 규제 완화와 복지혜택 축소 등 국가의 역할축소를 주장하는 입장입니다. 이에 레이건 대통령은 경제정책으로 규제 완화, 민영화, 감축 관리, 복지정책 축소 등의 국가 역할 최소화를 내용으로 하는 ‘레이거노믹스’를 추진합니다. 적극적으로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국가에서 친시장적인 규제국가로 변화한 것입니다.

정책집행에서는 전통적 관료제는 탈피하고 수평적 네트워크에 의한 정책 결정 방식을 특징으로 합니다. 정책 결정에 관료가 아닌 외부인으로 구성된 정책연구원이나 참모진을 참여시키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또한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에 다시 분권화시킵니다.

* 앞서 살펴보았던 행정학 이론인 ‘신행정론’과 ‘신행정국가’는 다른 개념으로 구분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신행정론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행정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론’, 신행정국가는 행정의 개입 축소, 관료제 탈피와 네트워크 활성화를 지향하는 ‘국가와 행정의 형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