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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공무원 칼럼] 포기의 미학

불필요한 것에 대한 포기는 포기의 합리화가 아닌 합리적인 포기

포기를 모르는 불굴의 의지’, ‘도전 정신’, ‘안 되면 되게 하라’, ‘포기하기보다는 늦게라도 하는 것이 낫다는 말들은 포기를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긍정의 바이러스를 강조하는 격언들이다. 특히 수험생들에게 이러한 말들은 힘겨운 수험생활을 버틸 수 있게 하는 희망의 위로가 되곤 한다. 필자도 이를 충분히 공감하며 지당(至當)하다고 생각한다.

 

만일 포기하는 것이 나을 거다라는 말에 대해 공감할 수 있을까? 포기는 합리화될 수 있고 포기에는 숨은 미학이 있을까? 그러면 포기(抛棄)의 뜻을 살펴보자. ‘던져서 그만 둔다라는 뜻이지만, ‘기회를 던진다(포기; 抛機)’라는 의미로 해석해보면 어떨까?

 

포기는 단순히 내버려 멈추는 것이 아닌 현재의 기회를 내려놓은 것일 수도 있다. 많은 생각을 통해 포기가 최선의 방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기에 포기를 한 것이다. 물론 충분하게 생각하지 않고 성급하게 하는 설익은 포기도 있겠지만 진정한 포기는 실행에 버금가는 또 다른 결정일 수 있다.

 

포기의 상황은 불가능한 그리고 불필요한 상황 두 가지에서 발생한다.

 

첫째, 불가능한 것에 대한 포기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일을 추진했을 때 시간과 자원 등의 낭비가 뻔히 보이는데 실현가능성이 없는 일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런 경우 포기 결정을 내리는 것이 현명한데 여기에는 재고(再考)의 여지가 없다고 봐야한다.

 

둘째 불필요한 것에 대한 포기는 포기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가능성에 대한 문제이기보다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마음이 쓰여서 포기를 못하는 것으로 미련이 크게 작용한다. 불필요한 것에 대한 포기는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다. 불필요한 것에 대한 포기를 하지 않는 이유는 포기하고 얻는 이익보다 포기로 인한 미련이나 마음 쓰임이라는 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오는 강한 후회가 포기를 가로 막는다.

 

그렇지만 불필요한 것에 대해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일종의 역선택이다. 포기하지 않고 진행할때 있을 이익이 불확실하거나 부담이 크다면 포기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우리는 왜 이런 불필요한 것에 대해 포기하지 못할까? 포기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우리는 왜 비합리적인 것에 마음이 가는 것일까? 포기할 경우 생길 아쉬움과 미련이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하기 때문이다. 실패하더라도 일단 실행하면 후회는 없을거라는 심리는 우리가 불필요한 것을 포기하지 못하게 한다.

 

그러면 불필요한 것을 포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슴의 냉정함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포기하지 않고 하려는 것이 정말 나에게 중요한 것인가를 냉철하게 생각해야한다. 감정에 따른 즉흥적인 결정은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그렇게 한 경우 기분도 생각만큼 후련하지 않다.

 

필자의 경우도 이러한 불필요한 것에 대해 포기하지 못하고 집착한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여러 번 생각해보면 포기하지 않고 실행하면 후회는 없지만 그로 인한 비용이 더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울러 그 일이 포기하지 않을 정도로 정말로 중요한 일인가를 생각해보니 포기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

 

불필요한 것을 포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포기의 미학을 발휘해야 한다. 마음이 쓰여서 그것을 포기하지 못할 수 있지만 단호한 포기는 포기를 합리화하는 것이 아닌 합리적인 포기일 것이다.

 

막연한 희망과 낙관으로 고문을 받으며 포기를 주저하기보다는 과감히 포기하고 신 포도(Sour Grape)일거라 자신을 위로하며 정신적인 승리를 거두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 신 포도(Sour Grape) : 이솝 우화 여우와 포도에서 여우가 포도가 높은 곳에 있어 먹지 못하자 포도는 어차피 신 거라 먹을 수 없다며 포기했다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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