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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공무원 칼럼] 일터에서 낮잠

점심 후 20분간 시에스타(Siesta)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점심식사를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와 30여분 정도가 지나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그것은 악성 민원 전화도, 상사의 불시 호출도, 정례적인 회의참석도 아닌 졸음이다.

 

필자가 임용될 때만 해도 야근이 생활화된 근무환경이어서 점심시간은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운영되었다. 외부 식사가 있는 경우 사무실 복귀시간이 조금 늦기도 하고,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도 사무실에서 낮잠을 자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실제 점심시간은 1145분부터 시작해 1330분 정도까지 탄력적으로 이뤄졌다. 물론 지금은 공직기강이나 복무강화 차원에서 공식행사나 업무와 관련한 경우를 제외하고 점심시간을 정확하게 지키고 있다.

 

그렇지만 점심식사 후 찾아오는 졸음은 참기가 힘들다. 정신력으로 체력을 이겨보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몸은 더 피곤해지고 업무의 생산성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일과시간에 책상에서 졸거나 낮잠을 자는 모습은 공직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주기에 잠을 깨기 위해서나 아예 짧은 단잠을 자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다.

 

어떤 형태든 낮잠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려는 시도는 업무에 좋은 영향을 주진 못한다. 자신의 의지를 넘어서는 영역을 통제하기보다 이를 관리의 영역으로 가져오면 어떨까? 쉽게 말해 공식적으로 직원들에게 낮잠 시간을 부여하면 어떨까?

 

유럽의 한 굴지(屈指)의 자동차 제조업체는 최근 직원 복지 차원에서 수면실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직원 누구든지 자신의 일과 중 잠이 필요할 때 수면실을 이용할 수가 있다고 한다. 수면실은 하루 130분 범위 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데 사무실을 벗어나 다시 돌아올 때까지 30분의 시간이 주어지고 이 시간은 자리 비움 상태로 놓아둔다.

 

수면실에서는 최대 20분을 머물 수 있는데 안대, 마사지 기계, 수면 음악 등 짧은 시간에 효과적인 낮잠을 도와주는 서비스가 제공된다. 수면실을 운영하면서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이나 근무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수면실 이용이 무조건 졸리거나 쉬고 싶을 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참을 수 없을 정도 졸음이 몰려오거나 사무실에서 자리를 지킬 수 없을 정도로 피곤할 때 이용하면서 직원들의 자율적인 근태관리를 바탕으로 수면실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수면실 서비스 제공 사례는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작은 발상의 전환이라고 보인다.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수면실 사용이 이뤄진다면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은 높이면서 조직 분위기도 개선할 수가 있다. 조직 내 구성원들이 원하는 부분에서 직무환경을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직원의 생산성은 물론 조직의 생산성까지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물론 정합성을 고려하지 않고 한 가지 사례를 보고 바로 제도로 도입해서는 안 되겠지만 조직 성격에 맞게 이를 보완해서 도입 후 정착시킨다면 성공적인 조직 관리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공직에서 점심 후 낮잠(Siesta; 시에스타)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수면실보다는 예를 들어 회복실또는 레크리에이션 룸(Recreation room)’이라는 명칭으로 120분 정도 수면과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한다.

 

부내 인트라넷을 이용해 예약하고 이용하되 이용시간은 오후 1시부터 4시까지로 정해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로 정해야할 것이다. 아울러 직원들의 회복실 이용은 최대 주 2회로 제한해 업무와 휴식의 불균형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 이용자는 회복실을 이용할 때 이석 시간을 표시해서 업무에 지장 최소화하고 다른 동료들도 회복실을 이용 동료에게 긴급사항이 아닌 경우에는 호출하지 않도록 배려해야한다.

 

회복실에서는 온전하게 수면과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이곳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이들에게는 이용 제한 등을 통해 원활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직원들에게 1주일에 30분 정도 두 차례 주어지는 낮잠 시간은 직원들이 조금 더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더불어 티타임 등으로 이석함으로 발생하는 비효율성을 상쇄시키는 기능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단잠을 자고 난 뒤와 그렇지 않고 일을 하면서 나타나는 효과를 비교하고 피드백을 제공해 제도시행 유지, 개선 및 보완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체크할 수 있다.

 

좋은 정책은 맑은 정신에서 시작되고 졸린 상태에서 발생한 행정의 비효율성은 고스란히 행정서비스 수요자들에게 이전된다는 것을 기억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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