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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공무원 칼럼] ‘나급’ 문화②

‘나급’ 문화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지난 호에 이어서) 그럼 나급문화와 ‘B문화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여행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살펴보자. ‘B문화에서는 여행을 가서 여행지에서 먹고 구경하고 쇼핑하고 쉬는 것 모두가 나를 알리는 자원이 된다


그것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려 나를 표출하면서 나의 존재감을 키워간다. 물론 그런 자원들은 분명 소통을 위한 좋은 재료이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최고의 존재감을 표현하기 위해 원래의 나와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한다. 최고의 순간의 나는 실제의 내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나급문화에서는 여행 자체에 집중하고 여행이 주는 의미를 깊이 고민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가는 여행이라면 여행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가장 행복한 것이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한다. 멋진 한 끼 식사, 평소 원했던 기념품, 꿈꿔왔던 관광지에서 여유 등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을 실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여행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여행이 잘 진행되던지 시행착오를 겪던지 일련의 과정에서 의미를 찾고 모든 것을 기록해둔다. 여행을 마치면 여행의 전과정이 기록으로 남지만 이것을 바로 공유하지는 않는다. 공유할 수 있는 기회나 때를 기다려 자연스럽게 풀어나간다.

 

그러면 지금까지 살펴본 나급문화는 요즘이 대두되는 경향일까? 우리 역사에서도 나급문화는 존재해왔다. 다만 우리가 이를 주목하지 않았을 뿐이다. 오늘날의 나급문화는 예전 청빈낙도(淸貧樂道)’, ‘안빈낙도(安貧樂道)’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언뜻 두 개념이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전혀 관련성이 없는 둘은 유사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 벼슬을 그만두고 낙향해 책을 벗삼아 살아가는 선비들의 삶을 청빈낙도(淸貧樂道),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이라고 했다. 가난하지만 그것에 만족해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럼 왜이들은 가난한 삶을 택했을까?

 

조선시대 출사(出仕)를 하는 것은 영예로운 일이지만 동시에 고난의 길에 들어서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없던 시절, 관료는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정확하게 세워야만 했다. ,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공직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승차(陞差; 승진)을 비롯한 모든 인사 결정은 자신의 정치적 역량과 직결되었다.

 

그렇지만 입신양명(立身揚名)을 위한 관직의 수가 한정되어 있기에 상황은 녹록치가 않았다. 열심히 일을 하고 정치를 해도 그에 대한 보상이나 기대치가 적거나 정적(政敵)으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받는 등의 위험이 있다면 조정에 나갈 유인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어설프게 관직을 유지하면서 마음고생을 하기 보단 관직을 내려놓고 자유로운 영혼이 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이렇게 관직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들이 오늘날 나급문화를 추구했던 것이다.

 

나급문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왜 청빈낙도나 안빈낙도를 전면에 내세웠을까? 그 이유는 주류충으로부터 공격을 피하고 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이다. 그러면 이들은 정말 가난을 즐겼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허름하긴 하지만 자가 주택이 있고 몇 마지기 땅도 있다. 본인을 비롯해 식솔들이 땅을 일구지만 한두 명의 노비(외거노비)를 두기도 했다. 관직에 있을 때 벌어둔 재산이 있기에 풍족하지는 않지만 삼시세끼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다


, 양반의 기준에서 보면 가난하지만 일반 백성의 수준에서 본다면 이들은 궁색하지가 않은 것이다(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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