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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공무원 칼럼] ‘나급’ 문화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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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급’ 문화를 추구하는 당신은 영민한 안빈낙도자(安貧樂道者)

(지난 호에 이어서) 주류층의 견제의 시선에서 해방되면서 여유롭지는 않지만 굶지 않고 살 수 있으니 이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여생을 보낼 수 있었다. 글을 읽고 책을 쓰며 벗들과 토론을 즐겼다. 자신의 학식과 재주를 사용하고 싶을 땐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자신의 고장에서 유림(儒林)으로서 백성들을 선도했다


그리고 마음에 맞는 이들과 산야와 강해로 견문을 넓히기 위해 유람(遊覽; 관광)도 다녔다. 관직에 있었다면 휴가를 청하기가 쉽지 않지만 나급문화를 추구했던 이들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니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여가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고관대작(高官大爵)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은 관직에서 물러나 생활하니 실패자라고 보일 것이다. 그리고 측은지심(惻隱之心)의 대상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타인의 심리적 경계를 풀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들이 진정으로 추구한 것은 실제 출사(出仕)로 인한 관직에서 생기는 부담, 위험, 스트레스를 벗어나 진정한 자아를 찾는 것이었다. 입신양명의 확률이 낮다면 궂이 의미 없는 경주에 뛰어들 필요가 없다고 보고 안빈낙도’, ‘청빈낙도의 테두리에서 나를 위한 삶을 택한 것이다.

 

물론 청빈낙도나 안빈낙도를 추구했던 이들을 오늘날 공직생활에 대입시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청빈낙도자나 안빈낙도자의 나급 문화는 오늘을 살아가는 공직자와 예비공직자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공직생활을 시작하면서 여러 주어진 조건을 가지고 경력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신의 공직 경로를 예측해볼 수 있다.

 

만일 공무에 진력(盡力)하는 것보다 나에게 더 집중된 삶에서 얻는 효용이 크다면 나급 문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공직 경로를 설계할 유인이 클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소홀히 한다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지만 그것에 따른 보상이나 대가를 염두해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지 내게 주어진 일이기에 책임을 다하는 것이고 나의 삶의 초점을 자아실현, 가족과 친구 관계의 공고화와 같은 나의 테두리 내에서 방점을 둔다.

 

운동을 통해 심신건강에 힘쓰고 다양한 배움을 통해 자신을 계발한다. 그리고 공직 밖에서 돈독한 인간관계를 형성해 공직에서 나만큼 의미있는 또 다른 나를 만든다. 물론 언제든 확실한 기회와 시기가 온다면 출사를 마다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면은 청빈낙도나 안빈낙도를 누렸던 이들도 동일하게 따른 패턴이다.

 

예비공직자인 여러분들이 공직에 임용된다면 공직 상황은 지금보다 더 복잡해질 것이다. 불확실성이 일상화가 된 공직 환경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만일 내가 올라갈 자리를 어느 정도 예측해볼 수 있다면 나의 공직경로 설계를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낙장불입(落張不入)이기에 한 번 선택한 경로에 대한 변경은 매우 어려우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결과가 불확실한 공직 레이스에 나를 던져야할지 아니면 주어진 테두리 내에서 나를 찾아가는 삶을 택할지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가치판단의 문제이다. 어떤 선택이든 그 선택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방향일 것이다. 여러분의 공직생활 경로를 나급문화로 지향하는 쪽으로 잡았다면 여러분은 영민(英敏)한 안빈낙도자 또는 청빈낙도자의 삶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