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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기계공고, ‘명문‘ 특성화고의 트렌드를 제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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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성에 맞는 취업반 창설, 재학생 ‘꿈’과 ‘희망’ 펼쳐
교수진의 열정에 장학재단의 지원 더해져 시너지 창출
특성화고 부흥, 정부와 기업의 노력 필요

1998년 3월, 특정 분야에 대한 인재와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기 위해 특성화고가 탄생했다. 교육관계자들은 이를 통해 고졸자들의 취업문이 넓어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부산지역 특성화고 취업률은 2008년 20.3%에서 2013년 40.5%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겉으로 보기엔 그럴싸했지만, 내실은 부실했다. 취업자 중 46%가 1년도 되지 않아 퇴사했다. 퇴사 사유 중 73.3%가 대학진학을 꼽았고 이는 대한민국의 고질적 병폐인 학력차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근거가 됐다. 여기에 학령인구 감소와 직업교육 인식 부족 등이 겹치며 최근 특성화고에는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6일 관내 70개 특성화고의 2020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한 결과 60.0%인 42개교가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기 지역도 상황은 같았다. 106개 학교 중 45.3%인 48개교에서 미달 사태가 발생한 것. 이처럼 신입생 미달과 취업률 바닥이 겹치며 올겨울, 특성화고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개교 80주년을 눈앞에 둔 인천기계공고는 특성화고의 트렌드를 제시하며 명문의 명맥을 잇고 있다. 그 비결을 확인하기 위해 인천기계공고를 찾았다.

 

정문을 지나 학교 본관으로 향하는 길에는 인천기계공고의 어제와 오늘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먼저 특성화고 공무원 취업, 유수 대기업 취업 등 올해, 기업과 정부 기관에 합격한 이들의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이를 뒤로 하고 조금 더 걸으니 4·19 학생의거 기념탑과 6·25 참전 학도병 명비가 학교의 역사를 대변했다. 본관으로 들어서자 양 옆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메달과 트로피가 진열장을 가득 메웠다. 정문을 통과해 본관에 이르는 8분의 시간만으로도 인천기계공고의 80년 역사와 전통 그리고 비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어진 김창율 교장과의 인터뷰에서는 인천기계공고의 저력을 귀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Q. 학교 운영 철학이 궁금하다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학교입니다. 일반계 고등학교는 ‘대학 진학’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고 공부한 내용을 대학교에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공부해야 한다’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하지만 특성화고는 다릅니다. 대학 진학이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 보상 없이 무조건 공부하라고 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죠. ‘취업’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Q. 특성화고 취업률이 최근 감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시대가 변하고 취업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도 바뀌는데 정부와 기업, 학교가 여전히 예전 방식을 고수해서 생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기 전, 산업사회에서는 대량생산을 위해 고졸 기술직을 많이 뽑았어요. 기업에서 학교에 모집 공고문을 팩스로 보내면 그에 맞는 인재들을 매치시키는 형식이었죠. 하지만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면서 채용 규모가 크게 줄었고 학생들 역시 양질의 일자리를 찾게 되면서 취업률은 낮아졌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일자리 창출은 하지 않고 모집정원을 줄여 눈앞에 보이는 ‘미달’ 사태만을 막으려는 데 급급한 모습이에요. 기업 역시 고졸자들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부족해 보이고요. 학교는 어떤가요. 학생들의 적성은 고려하지 않고 획일화된 교육을 반복하다 보니 미달과 취업률 하락에 대한 대처가 전혀 안 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줘야 할 학교 본연의 기능을 못 하고 있는 거죠.

 

Q. 인천기계공고는 사회 흐름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인천기계공고는 국제기능올림픽에서 26개의 금메달을 포함해 총 42개의 메달을 획득해 기업에서 인정하는 특성화고입니다. 2015년 기능경기대회 50주년 행사에서는 최다메달 획득으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죠. 그러다 보니 재학생들의 취업문이 타 학교와 비교해 넓었습니다. 최근에는 학생들의 적성에 맞춰 여러 취업반을 개설해 특성화고 명문의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외국계 대기업반, 공무원반, 부사관반 등이 그것이죠.

 

Q. 여러 취업반을 만들게 된 계기는

10대는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여러 번 꿈이 바뀌는 시기입니다. 직업 교육을 위해 입학했지만, 새로운 것들을 보고 배우면서 어학 등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또한 중학교 때까지 공부에 전혀 관심이 없다가 고교 진학 후 재미를 붙이는 이들도 많죠. 그들에게 똑같이 직업 교육만 강요한다면 과연 바람직할까요? 다양한 적성을 가진 학생들이 여러 분야의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학교가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해 취업반을 만들게 됐습니다.

 

Q. 취업반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물론 쉽지는 않았습니다. 특성화고 공무원반을 예로 들어 볼게요. 첫 모의고사에서 0점을 받은 학생들이 수두룩했어요. 중학교 때 물리를 전혀 접해 보지 않은 데다 공부에 흥미가 없는 애들도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죠. 합격 가능선인 70점 이상으로 어떻게 올려야 할 지 막막했습니다. 담당하시는 선생님들의 열정과 학생들의 의지가 없었다면 올해 ‘16명 합격’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겠죠. 선생님들은 여름, 겨울방학에 학생들 밥을 해 먹여 가면서 학생들의 학습과 생활을 관리했습니다. 사회와 기업이 만들어 놓은 바늘구멍에 우리 애들을 통과시키고자 하는 처절한 몸부림이었죠. 종로공무원학원과 MOU를 맺고 주말에도 학생들이 학원에서 수업을 들으며 텐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처음엔 앉아 있기조차 힘들어하던 애들이 조금씩 적응해 가는 걸 보면서 안타까우면서도 고마웠습니다.

 

Q. 사회와 기업이 만든 바늘구멍이란 어떤 의미인가

특정 분야에 대한 인재와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기 위해 특성화고가 탄생했습니다. 학교뿐만 아니라 사회와 기업이 협심했을 때 ‘양성’이 실현된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이나 스웨덴, 스위스 같은 나라들은 국가에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또 그들을 위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일자리 창출이라고는 공무원 지역인재 채용 규모 확대 정도가 고작입니다. 기업은 또 어떤가요. 3년 동안 열심히 준비한 애들을 뽑아 가 놓고는 ‘안 맞으면 가라’는 식이에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 대한 존중감이 부족한 모습이죠. 채용 자체도 적은 데다 채용된 후에도 지속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에 차라리 공무원이나 대기업 시험을 준비해서 합격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준비 과정에서는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그들이 중도에 포기하지 않도록 선생님들이 힘썼습니다.

 

Q. 동기 부여의 대표적인 예를 듣고 싶다

외국계 대기업반의 경우 외국어가 필수인 데다 아이들 역시 열의가 있어 많은 사업을 펼쳐 교육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먼저 2017년부터 영어와 일본어 또는 중국어를 교육청과 연계해 수업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천교육청 세계시민교육부에서 진행하는 글로벌 잡스쿨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올해 일본어반과 영어반 원어민 수업을 운영했죠. 특히 교육부가 주관하는 글로벌 현장학습 사업을 진행, 10명의 재학생을 3개월간 일본 현지 파견 연수를 보냈습니다. 일본 현지에서 공부하는 게 꿈이었던 애들은 파견 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본어 공부에 빠졌고 현지 사람들이 기절할 정도로 완벽하게 프리토킹을 구사했다고 해요. 이처럼 아무 성과 없이 공부만 하라고 해서는 절대 안 돼요. 반드시 학생들이 원하는 보상을 마련하고 성취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학교가 앞장서야 합니다.

 

Q. 장학재단도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고교 진학을 망설이는 학생이 있다면 꼭 이 기사를 봤으면 좋겠어요. 약 25년 전 졸업생들이 뜻을 모아 장학재단을 만들었습니다. 매년 6~7000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해 1원도 안 내고 학생들이 고교 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실제 이날도 졸업생 개인 이름으로 2200만 원의 장학금 수여식이 있었다). 졸업생들은 수시로 학교를 찾아 재학생의 멘토 역할도 하고 있죠. 저 역시 이 학교 졸업생으로서 재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늘 고민하고 있어요. 중학교 때 성적이 조금 좋지 못했다고 해도 여기 와서 노력하면 충분히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의지만 있다면 인천기계공고에서 ‘꿈’과 희망을 실현할 수 있을 거예요.

 

Q. 재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은

흙수저도 반에서 꼴찌를 하던 학생도 3년이라는 시간을 잘 활용한다면 귀감이 되는 인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지금 재학생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특성화고 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취업절벽 문제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고등학생들도 느끼고 있는 문제입니다.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인재가 돼 주길, 꿈과 희망을 잃지 않길 부탁드립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고교 졸업자의 대학 진학률은 68.9%였다. 2008년 정점을 찍었던 83.8%와 비교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대졸자 비율은 OECD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대졸자의 비율이 높을수록 관리자, 전문가 및 사무종사자의 취업난은 극심해진다. 결국, 양질의 고졸 일자리가 많아져야 이 같은 대졸자 쏠림 현상이 둔화하고 청년층의 취업난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학벌에 의한 차별을 방지할 수 있는 정책 역시 보완이 필요하다. 인천기계공고처럼 사회 트렌드를 읽고 적극적으로 대처한 학교는 ‘미달’과 ‘취업률 급락’의 칼바람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특성화고가 정부와 기업의 방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이 밝은 미래를 위해 특성화고를 ‘선택’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학교의 절실한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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