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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공무원 칼럼] 재택근무의 일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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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저널 = 이현준] 아침 8시 20분, 집안은 한창 분주하다. 각자 일상을 시작하기 위해 바쁘게 집안 곳곳을 누빈다.

 

아이는 오전 8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온라인 수업에 참석하기 위해 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한 채 자기 방으로 들어가 노트북 앞에서 대기한다. 아내도 온라인 출근 전 집안일을 어느 정도 마쳐야 한다면서 청소기 전원을 켜고 정리에 여념이 없다. 남편도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오전 8시 30분 회의를 위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화상회의 시스템에 접속한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바뀌어 버린 평일 아침 풍경으로 필자의 집안 모습을 그대로 가져왔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재택근무는 공직에서도 낯선 단어가 아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집에서 일을 하게 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아침에 각자의 생활 터전으로 흩어져 저녁에 다시 헤쳐모이면서 낮 동안 집은 텅빈 공간이었다. 그렇지만 코로나19 이후 집안은 텅빈 시간이 없이 24시간 계속 북적이는 공간이다. 비대면 문화는 이제 익숙함을 넘어서 일상적인 생활 형태로 자리매김했다.

 

그렇게 비대면 활동을 하다가 대면만남을 가지면 처음에는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딱히 대면 활동을 해도 비대면 활동과 큰 차이가 없게 되면서 대면으로 마주해도 ‘데면데면한’ 역설적인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다시 필자의 집으로 다시 돌아와 보자. 오전 08:30 각자의 공간으로 들어가서는 문을 닫고 일정 시간 각자에게 주어진 일에 집중한다. 아이는 공부에, 아내와 필자는 개인 일터의 업무를 처리하다보면 훌쩍 오전 10:00가 넘는다. 아이는 휴식 시간을 맞이해, 아내와 필자도 업무 일부를 처리하고 숨고르기 시간을 갖는다.

 

거실은 가족 구성원이 다시 만나는 공간이다. 차를 마시러 왔다 갔다 하든지 방문을 열어 놓고 휴식을 취하든지 개인용 전자기기를 이용하든지 등 한 공간에 있어도 데면데면한 분위기가 유지된다. 비록 집이라는 사적 공간에 있지만 모두가 공적 역할을 수행 중이어서 그런지 집이 주는 편안함은 온데간데없다.

 

이제 점심시간 전까지 각자 공간으로 돌아가 한 차례 집중 시간을 가진다. 점심시간은 아이의 수업이 끝나는 것에 맞춰 시작한다. 아내가 식사를 담당하기에는 시간도 애매하고 힘도 부친다. 가족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해 점심 메뉴를 정하면 배달을 시키든지 아니면 바깥으로 나가 먹거리를 사온다. 바깥으로 나가 먹거리를 사오는 일은 필자가 담당한다. 이렇게 나가지 않으면 아마도 하루 종일 바깥 공기를 접촉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공활(空豁)한 가을 하늘을 보면 코로나19 이전 세상이 그립기만 하다.

 

평일 가족과 점심 식사가 오히려 자연스러워지면서 돈독함과 지루함이 공존하는 시간을 맞는다. 식사를 마치면 각자가 자유 시간을 가지는데 이 또한 따로 시간을 지향한다.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기기(Device)를 가지고 각자의 흥미를 구현한다. 아이는 게임에, 아내는 드라마에 필자는 블루투스(Bluetooth)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이렇게 글을 쓴다. 같은 공간에서 다른 활동을 하는 가족 구성원의 모습은 낯설기보다는 자연스럽다.

 

오후로 시간이 넘어가면 아이가 먼저 행복의 시작을 맛본다. 온라인 수업과 과제제출이 오후 4시 전에 끝나는데 아내는 일하는 중간에 아이의 온라인 수업과 숙제를 돌봐준다. 필자도 설거지와 소소한 집안일을 거들면서 슬기로운 ‘방콕(집콕)’ 생활을 한다. 아이는 자신의 공적 생활이 끝나면 개인 활동 형태로 전환한다. 별다른 것은 없다. 전자 기기의 내용이 수업이 아닌 게임으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아내는 오후 5시 하루 일과 마감을 위해 마지막 분투(奮鬪)를 다한다. 그런 아내의 모습을 부럽게 바라보면서 필자는 오후 6시까지 책상을 지킬 수밖에 없다. 중간관리자 역할을 하니 최종 정리는 필자의 몫이다. 그렇지만 1시간 일찍 끝난 아내는 마치 순간 이동을 하듯 부엌으로 와서 저녁 준비를 시작한다.

 

그렇게 각자의 치열한 하루가 끝난 오후 6시 30분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시간이다. 아이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아빠로서. 하루 종일 함께 있었지만 같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무덤덤해지고 데면데면해진 대면 생활에서 우리는 자꾸 무언가를 놓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하게 된다. 오히려 하루 종일 함께 있기에 관심과 대화의 폭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가하고 반문(反問)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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