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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기고
  • 기자명 이인권 객원논설위원

[이인권의 뷰포인트] 갑질 세태에서 ‘존중 문화’ 가꿔내자

  • 입력 2021.03.17 13:04
  • 수정 2021.03.2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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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 객원논설위원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모든 인간은 개인으로서 존중받아야 하며, 그 누구도 우상으로 숭배해선 안된다’고 했다. 존중의 사전적 의미는 ‘높이어 귀중하게 여김’이다. 인간은 누구나 높임을 받아 귀중하게 여겨지기를 갈망한다.

존중이라는 개념 속에는 배려라는 가치가 녹여져 있다. 그래서 존중과 배려에 대한 명언들이 많다. 성서는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너 역시 남에게 대접하라‘고 했다. 캘빈 쿨리지는 ’누구도 자신이 받은 것으로 인해 존경받지 않는다. 존경은 자신이 베푼 것에 대한 보상이다‘라고도 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특별한 인적 요소를 대상으로 하는 존경과 인간의 모든 가치물을 대상으로 하는 존중은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의 말이다. 여기에서 존중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사회적 가치와 개인적 인간성, 그리고 물리적 소유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존중은 이 세 가지 요소들에 대해 ‘나’와 ‘너’를 평등한 입장에서 소중하게 대해주는 자세를 일컫는다. 그렇기에 존중은 서로 간에 쌍방향적이고 소통적인 기반이 형성돼야 한다. 상대방을 긍정적으로 배려하며 귀중하게 여기는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에서 존중이라는 인간 최고의 덕목은 빛을 발하게 된다.

최근에 한 KTX 탑승객이 갑질 막말을 해 논란을 일으킨 일이 있다. 코로나19 공공 방역 수칙을 어기며 객실 내에서 음식물을 섭취하면서 소란을 피운 것이다. ‘KTX 햄버거 진상녀’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군 이 승객은 자신의 부모가 고위직에 있다며 으름장도 놓았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갑질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9년에 이른바 ‘갑질금지법’이 시행되었지만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갑질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존중과 배려의 가치가 뿌리 내리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흔히 존중을 나와 내 것만 소중하다는 왜곡된 인식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존중은 수평적인 관계에서 서로의 가치관이나 인격을 인정하는 바탕에서 우러난다. 존중이 결여된 사회는 지나친 자만심이나 근자감으로 쉽게 물든다.

사람이 자만심을 갖게 되면 겸허함과 절제심을 잃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과대평가해 과오를 저지르기 싶다. 그래서 탈무드에서는 자만을 어리석음으로 규정짓는다. 우리 사회는 외형적 위상 곧 재력, 권력, 명예로 사람을 재단하는 속물주의가 지배한다.

흔한 갑질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상대에게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전형적인 이기주의적 행태이다. 이기주의적인 사회가 되는 것은 치열한 경쟁의식과 서열주의가 팽배해 있어서다.

우리 사회가 선진화되고 행복지수를 높이려면 지금부터라도 수평적인 존중 문화를 가꿔가야 한다. 이제 존중이 우리 사회의 덕목이자 가치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식개혁이 절실하다. 지금 같이 세상적 출세보다 진정으로 개인적 성공의 값어치가 인정받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껏 우리 사회는 돈, 권력, 명예라는 외형적 기준으로 사회적 위계가 결정돼 갑이 되는 출세를 좇아왔다. 전통적으로 남을 딛고 더 높은 권세를 누리는 지배층이 되는 것이 삶의 목적이었다. 그러다보니 존중의 가치를 중요시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은 상호 존중보다 서로 우열을 가르는 ‘지위경쟁사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지금 세상의 흐름이 수평적 패러다임으로 바뀌면서 존중의 미덕이 값진 가치가 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구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근래 우리 사회를 뜨겁게 만든 미투는 인간 존중이 결핍된 성적 갑질에 대한 항거라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서로가 존중하는 가정, 사회, 조직, 국가는 가장 이상적인 경지다. 소유의 정도가 아니라 서로의 가치관과 인격권이 더 중시되는 사회가 바로 존중 문화가 깃든 공동체가 된다. 존중이 뿌리를 내리면 사회적 활력과 생명력을 새롭게 한다. 그러면 사회적 안정과 평화를 회복하는 '녹색화(Greening)'가 실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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