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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이나어텐션
  • 기자명 강병환 칼럼니스트

[차이나어텐션]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

  • 입력 2021.06.09 07:52
  • 수정 2023.11.2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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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과 푸틴 (사진=네이버 포토)

미국과 러시아 간 관계 개선의 기미가 보인다.

오는 6월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러 양국 정상은 만난다. 바이든은 대선 경선 기간에 러시아를 미국의 최대 위협이라고 했으며, 취임 후에도 러시아에 매우 강경하게 대했다. 심지어 올해 3월 ABC와의 인터뷰에서 푸틴(Vladimir Putin)을 ‘살인자(killer)’로 부르기도 했다. 그러던 바이든이 입장을 바꾼 것이다. 바이든이 푸틴에게 올리브 가지를 내민 것일까? 문제는 양국정상의 회담이 일방적이 아니라 쌍방적이라는 점이다.

지난 5월 19일,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수장이 처음 만났다. 러시아 외교부 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는 ‘건설적인 회담’이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국은 러시아에 큰 선물을 안겨주었다. 미국 국무원은 “미국의 국가이익을 고려해서, 노드 스트림 2(Nord Stream 2 AG) 수송관 건설 관련 회사에 대한 제재를 일부분 철회한다”라고 발표했다.

노드 스트림 2는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의 자회사가 시공하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다. 러시아 북부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로 직접 연결되는 노드 스트림-2 가스관 건설은 2015년부터 추진해 오다가 공사가 막바지에 이르러, 미국 측의 제재로 공사가 중단돼 있었다. 이 수송관이 개통되면 유럽의 러시아에 대한 가스 의존도가 더 높아질 뿐 아니라, 러시아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로 러시아는 2006년 이후 유럽과의 관계가 악화할 때마다 ‘유럽행’ 가스관을 잠그는 식으로 ‘압력’를 행사하기도 했다. 더구나 경제적 측면만 보더라도 미국은 손해를 감수해야만 한다. 미국에 남아도는 셰일가스를 액화하여 다시 유럽에 수출할 수 있으며, 유럽도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줄일 수 있다. 미국이 이런 출혈을 감수하고 러시아에 관계 개선의 신호를 보낸 것이다.

중국도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수장이 만나자, 중공 외교의 최고 수장인 양지에츠(???)는 곧바로 러시아로 달려갔고, 백악관이 푸틴과의 6월 정상회담을 발표한 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자오리지앤(趙立堅)은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파터너십 관계는 “반석처럼 견고하며, 복잡다단한 국제정세의 시련을 이겨 낼 것이라”는 평을 내놓았다. 중국이 고도의 경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50년 전, 닉슨은 베이징에서 마오쩌둥을 만났다. 중국과 연합하여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1972년 닉슨이 베이징에서 발표한 연설은 이제 전설이 되어 있다. “중·미 간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우리와 다른 점이 있지만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존재해야 하며, 전쟁터에서 서로 적으로 만나서는 안 된다.” 미·소 경쟁에서 최소한 중국이 소련 편에 서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과연 바이든도 닉슨처럼 러시아를 중국에서 떨어지게 할 수 있을까?

사실 미국과 러시아 간의 모순은 구조적인 성격이 강하다. 나토(NATO)는 러시아의 서진을 막기 위해서 존재한다. 러시아의 위협이 없다면 나토도 필요 없고, 나토가 없다면 대서양 동맹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고, 대서양 동맹이 없다면 미국의 존재감도 떨어질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러시아와 미국 간에는 대선 개입 문제, 스파이, 외교관 철수의 난제도 곁들여 있다. 이러한 모순들이 철저히 해결될 가능성은 약하다. 특히 푸틴이 정권을 계속 장악하는 한, 미국은 러시아를 중국으로부터 벗겨내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현재 푸틴은 중·러 관계 개선을 자신의 외교적 업적으로 자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사진=CRNTT)

시진핑도 2019년 러시아 방문에서 푸틴을 ‘나의 가장 친한 친구(我最好的朋友)’로 불렀다. 그렇다고 미국이 계속해서 중국과 러시아에 강경하게 대하면, 중·러 관계의 강화를 도와주는 꼴이 된다. 물론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러시아를 분리하는 성공 여부는 러시아의 반응에 달려 있다. 러시아가 가장 먼저 고려하는 사항 중의 하나는 서구의 제재 해제 가능성 유무다.

현재 바이든의 외교정책은 트럼프 없는 ‘트럼프 주의’에 가깝다. 본래 트럼프의 대전략은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었다. 그는 취임 초기에 액손 모빌(Exxon Mobil Corporation) 회장 출신이자 친 러시아 성향의 렉스 틸러슨(Rex Wayne Tillerson)을 국무장관에 임명하고, 푸틴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러시아 스캔들’로 인하여 그 시기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러시아 스캔들이란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가 트럼프 후보를 당선시키려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더구나 트럼프는 국내의 의심을 피하고자, 모스크바에 대한 그의 태도도 아침저녁으로 달랐다. 2020년 7월, 트럼프는 G7 의장국이던 미국의 지위를 이용하여 푸틴을 회담에 초청하고 유럽과의 화합을 위해 노력했으나 이마저도 코로나 19로 인해 정상회담은 무산되고 말았다.

현 바이든 정부는 이전 트럼프 정부와 높은 수준의 정책 연속성을 구비하고 있다. 그 구별이라면 바이든 정부는 외교정책 수립에 있어서 매우 세심하고 실행에 있어서 근신한다는 점이다. 지금의 바이든 정부는 오히려 트럼프 정부보다 정부 부처(部處) 간의 일치성은 더 강하고 목표도 더 명확하다.

바이든 (사진=CRNTT)

현재 미국 외교의 당면 과제는 중국 굴기를 억제하는 일이다.

이미 중·미 간의 경쟁, 대항, 협력이라는 복합전은 자국의 생과 사를 넘나드는 혈투가 되었다. 중국의 성공적인 굴기는 미국이 세계의 주도권을 잃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이를 저지할 것이다. 중국 주변의 지정학적 환경을 계속해서 악화시키고, 태평양 서안에다가 중국을 묶어 두려고 할 것이다. 지정학적 정치는 큰 것은 잡고, 작은 것은 놓아주기 마련이다. 미국이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이는 50년 전에, 미국이 소련 견제를 위해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했듯이, 이제는 중국 견제를 위해서 새로운 파트너로 러시아를 끌어들이는 것은 양수겸장(兩手兼將)이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미국도 러시아에 많은 것을 내놓아야 한다.

오는 6월 16일 바이든과 푸틴이 만난다. 과연 서로서로 무엇을 논의하고, 무엇을 교환할까. 회담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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